법원 "나무위키 일부 왜곡·과장…위법은 아냐"


개방형 위키 특성·표현의 자유 고려
"전체 맥락상 진실이면 위법으로 보기 어려워"

한미 정상 간 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 방문을 제안한 내용을 외부로 유출한 외교부 공무원에 대한 징계 처분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선은양 기자] 개방형 온라인 백과사전 '나무위키'에 일부 부정확하거나 과장된 내용이 있지만 전체 맥락상 사실에 부합한다면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원이 이용자 참여형 플랫폼의 특성과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한 첫 사례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민사13부(문광섭 부장판사)는 지난 1월 광주시 명진고등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도연학원이 나무위키 운영사를 상대로 낸 게시글 삭제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판결은 명진고 측에서 대법원 상고를 포기하면서 같은 달 확정됐다.

나무위키 '명진고등학교' 문서에는 지난 2018년 일어난 학내 '스쿨미투' 사건과 전 이사장의 교사 채용 비리, 교사 부당해고 의혹 등이 자세하게 실려있다.

명진고 측은 이같은 내용들이 전체 맥락상 허위 사실이거나 학교를 비방하기 위한 내용이라며 나무위키 측에 삭제 등 기술적 조치를 요구했다.

이에 나무위키 측에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자 지난 2023년 500만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명진고 측은 '스쿨미투' 내용을 문제 삼았다. 명진고는 스쿨미투 연루 교사 7명 중 수사기관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6명에게 경징계를 내렸는데, 나무위키에는 무혐의 결정이 빠진 채 경징계 결정을 두고 '무마'라고 적혔다는 것이다.

법원은 나무위키의 개방형 구조와 표현 방식 자체를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나무위키는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작성·수정하는 개방형 플랫폼으로, 의혹 제기나 의견 표명이 혼재된 형태의 게시물이 작성될 수밖에 없다"라며 "공적 관심 사안에 대한 표현의 자유는 폭넓게 보장될 필요가 있고, 공개 토론 과정에서 일부 과장되거나 부정확한 표현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스쿨미투 내용도 주요 사실관계는 맞는다고 봤다. 복잡한 사실관계를 단순화·강조하는 과정에서 일부 사정이 생략됐다고 하더라도 이를 허위 또는 악의적 표현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인터넷 게시물에 대한 책임은 불법성이 명백하고 운영자가 이를 인식하거나 관리·통제가 가능한 경우에만 인정된다"며 "학교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게시물에 허위 또는 악의적 내용이 포함돼 위법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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