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송다영 기자] 쿠팡 의혹을 수사한 안권섭 상설특별검사팀이 인천지검 부천지청 수사 지휘부였던 엄희준 전 지청장과 김동희 전 차장검사가 공모해 문지석 부장검사를 배제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10일 <더팩트>가 확인한 엄 전 지청장과 김 전 차장검사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공소장에 따르면, 지난해 3월 6일 문 부장검사는 당시 사건 주임 검사였던 신가현 검사의 '1차 대검 보고용 쿠팡 사건 처리예정 보고서'에 대한 반대 의견을 김 전 차장검사에게 전달했다.
문 부장검사는 "보고서에 압수수색 검증영장 집행 결과와 취업규칙 효력 판단 부분이 누락돼 절차 진행에 동의할 수 없다"며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
반대 의견을 전달받은 엄 전 지청장은 "괜한 분란 소지 우려가 있고, 취업규칙 무효 여부를 우리가 판단할 필요는 없다"며 "이대로 대검 보고 절차를 진행하라"고 김 전 차장에게 지시했다.
특검은 다음 날 문 부장검사가 대검에 직접 이의를 제기했다는 사실을 전해들은 엄 전 청장이 "지청장 보고 없이 직접 대검 측과 소통한 사실을 문제 삼아 감찰 등을 언급하며 문 부장검사를 질책했다"고 밝혔다.
공소장에는 당시 문 전 부장검사 패싱 정황도 자세히 담겼다. 김 전 차장검사는 4월 18일 신 검사에게 보고서를 인천지검에 보고할 것을 지시하면서 "부장검사한테 말 안 했죠? 보고 진행 중인 건 말하지 마시죠"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도 조사됐다.
사흘 뒤인 4월 21일 당시 대검 노동수사지원과장 이재만 검사에게 "대검에서 쿠팡 사건 2차 보고서에 대한 반려가 있으면 저나 (주임검사인) 신가현 검사에게 조용히 알려달라, 문 부장검사가 또 대검에 연락하고 시끄럽게 할까 봐 보고 절차를 조용히 진행 중이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
김 전 차장검사는 이후 문 부장검사의 의견 일부와 대검의 보완 요구 사항을 반영해 2차 보고서를 수정했고, 엄 전 지청장에게 "대검에 수정된 보고서를 보내려는데 아직 문 부장에게 알리지 않은 상태"라며 "대검에서 승인하면 그냥 제가 재배당받아 처리하고, 반려가 나면 천천히 사건을 처리하겠다"는 취지로 보고했다.
특검팀은 엄 전 지청장과 김 전 차장검사가 대검과 미리 소통해 문 부장검사를 쿠팡 사건 처리 과정에서 원천 배제했다고 판단했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공모해 신 검사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고, 문 부장검사의 이의제기권 행사 등을 방해했다고 보고 지난달 27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등으로 불구속기소 했다.
엄 전 지청장은 즉각 입장문을 내 특검의 주장을 전면 반박했다. 그는 문 부장검사 배제 주장에 대해 "문 부장검사는 4월 18일 대검용 보고서에 자신의 의견을 제시했고, 김 차장검사는 이를 그대로 대검에 보고했다"며 "특검은 이 사실을 공소장에서 고의로 누락해 핵심 사실관계를 왜곡했다"고 밝혔다.
이어 엄 전 지청장은 자신의 위증 혐의를 놓도 주임 검사인 신 검사가 '(청장으로부터) 무혐의 지시를 받았다는 말을 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보낸 메신저 기록이 존재하며 "특검은 압수수색을 통해 이를 확보했음에도 증거와 정반대로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엄 전 지청장은 오히려 문 부장검사가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 피의자를 무리하게 기소하라고 신 검사를 압박했다"며 "부당한 지휘로부터 후배 검사를 보호하며 사건을 올바르게 처리하려 노력했다"고 주장했다.
엄 전 지청장은 특검팀이 국회에 공소장을 제출하며 자신과 김 차장검사의 주민등록번호와 주소 등을 가리지 않고 유출한 것에 대해 안권섭 특별검사 등 특검 관계자들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