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해인 기자] 관봉권 띠지 의혹을 수사한 안권섭 상설특별검사팀이 핵심 쟁점이던 '윗선 지시'는 사실상 무혐의 결론을 낸 채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약 90일간 건진법사 전성배 씨와 은행 및 검찰 관계자들을 상대로 광범위하게 수사를 진행했지만, 폐기 지시나 은폐 정황을 입증할 증거는 찾지 못했다.
안권섭 특검은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특검팀 사무실에서 수사 결과 브리핑을 열고 "한국은행과 신한은행, 그 외 시중은행 총 35개 영업점을 상대로 수색 검증 및 현장조사를 실시하는 등 관봉권의 유통과정을 일일이 확인했다"며 "대검찰청 및 관련 피의자들의 사무실 압수수색과 전 씨를 포함한 남부지검 압수 담당자, 수사 검사 및 지휘부 검사, 전직 검찰총장 등 소환조사를 통해 고의 폐기 및 은폐 여부를 집중 조사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른바 '윗선'의 폐기·은폐 지시 등 의혹을 (유죄로) 증명할 만한 뚜렷한 정황은 밝혀지지 않았다"며 "대검찰청의 감찰 결과를 충분히 검증했고 추가 압수수색 및 휴대전화 통화내역 등 모든 것을 검증했는데도 혐의점을 발견할 만한 단서가 아무 것도 나온 게 없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남부지검이 지난 2024년 12월 전 씨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현금 1억6500만원 중 5000만원을 감싸고 있던 관봉권 띠지와 봉인 스티커가 사라지면서 불거졌다. 관봉권은 한국조폐공사가 한국은행에 신권을 인도할 때 사용하는 전용 띠지와 봉인 스티커로 묶인 현금 다발을 의미한다. 일반 시중에 유통되는 화폐와 달리 출처를 추적할 수 있는 단서가 남아있는 형태다.
이에 일각에서는 김건희 여사와 관련성을 우려한 검찰이 고의로 폐기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검찰청 감찰과 수사에서는 윗선 지시나 고의는 없었다는 결론이 나왔지만, 특검팀은 관련 검사와 수사관들을 불러 조사하며 직무유기 및 증거인멸 가능성을 재검토해왔다.
특검팀은 당시 서울남부지검 수사팀 관계자들을 입건해 조사했다. 이희동 전 서울남부지검 1차장검사와 박건욱 전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 부장검사, 최재현 전 가산자산범죄합동수사부 검사, 김정민·남경민 전 사건과 사건계 수사관 등이 증거인멸 및 직무유기 혐의 등으로 수사선상에 올랐다.
하지만 특검팀은 의혹을 규명하지 못한 배경으로 수사 기간 부족을 꼽았다. 참고인 조사와 포렌식 과정 등에서 참여권 보장 등 엄격한 절차를 준수하다 보니 시간이 부족했다는 설명이다. 핵심 의혹을 밝히지 못한 배경을 사실상 절차상 한계로 돌린 셈이다.
김기욱 특검보는 "특검팀은 한시적 조직이기 때문에 불기소 결정을 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만약 불기소 결정을 한다면 불복 절차 등에 있어서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일단 증거가 확보되지 못한다고 판단하면 그 사건은 일반 상설 수사기관에 이첩되는 것이 맞고, 그래야 후속 절차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또 특검팀은 관봉권 띠지와 라벨 자체만으로는 유통 경로를 확인할 수 있는 증거 가치가 제한적이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과 신한은행을 비롯해 시중 은행 35개 영업점을 상대로 압수수색과 현장 조사를 진행했지만 화폐 유통 정보를 별도로 관리하는 시스템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론적으로는 띠지 또는 비닐에서 지문이나 DNA를 확보할 가능성도 있지만 실제 수사 단서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관봉권을 감싸고 있던 비닐이 폐기된 점은 확인됐지만, 그 과정에서 외압이나 지시 등 범죄 고의를 인정할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
특검팀은 관봉권 의혹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첩할 계획이다.
hi@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