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소양 기자] 민선 6기 취임 첫날과 민선 8기 임기 마지막 날의 결재 문서에 공통으로 적힌 단어는 '안전'이었다. 2014년 7월 1일, '성동구 시설물 안전진단 추진 계획'에 수기로 서명하며 업무를 시작한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이 4일 '2026년 구민안전 종합대책'을 최종 방침으로 결재하며 12년 구정을 마무리한다.
정 구청장 2014년 7월 취임 첫날 노후 건축물과 교량, 공공시설물에 대한 전수 점검을 지시하며 "안전은 행정의 기본이자 완성"이라고 강조했다. 세월호 참사 등 대형 재난 이후 사회 전반에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던 시기였다.
그로부터 12년. 성동구의 안전 정책은 단발성 점검을 넘어 생활 전반으로 확장됐다. 이번에 결재하는 '2026년 구민안전 종합대책'은 생활·교통·주거·산업·안전교육 등 5대 분야 23개 사업을 아우른다. 24시간 재난안전상황실 운영 강화, 성수동 연무장길 보행환경 개선, 워킹스쿨버스와 스마트 횡단보도 내실화, 취약계층 주거환경 개선 및 하수관로 정비, 소규모 사업장 안전 점검 확대 등이 핵심이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지속발전 방안'에 대한 강조다. 통상 단체장 임기 말에는 신규 사업보다 마무리에 방점이 찍히기 마련이지만, 성동구는 23개 세부 사업의 인력·예산을 면밀히 재점검해 제도적 기반을 공고히 하겠다는 방침이다.
정 구청장의 예방 중심 행정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대표적 사례가 침수 대응이다. 한강과 중랑천, 청계천을 끼고 있는 성동구는 과거 상습 침수 지역으로 꼽혔다. 구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간 264건의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이에 구는 2015년부터 노후·불량 하수관로 전면 교체에 착수해 10년간 총 69㎞를 정비했다. 하수도 1608㎞와 빗물받이 37만여 개소 준설을 병행하고, 빗물펌프장 증설로 배수 능력을 끌어올렸다. 그 결과 2015년 이후 침수 피해는 9건으로 급감했고, 2019년 이후 6년간 '침수 피해 0건'을 기록했다. 지하주택 2909가구에 물막이판 설치를 지원하고, 침수 이력 가구에 돌봄 체계를 구축하는 등 인적 안전망도 강화했다.
성수동 인파 관리 역시 생활 속 안전 행정의 단면이다. 성수동 방문객은 2020년 약 4600만 명에서 2024년 약 7000만 명으로 52% 증가했다. 팝업스토어와 각종 행사로 주말마다 인파가 몰리지만, 연무장길 일대에서는 최근 1년간 다중운집 인파 사고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구는 인파감지 지능형 CCTV 100대 중 96대를 성수동에 집중 배치해 24시간 관제하고, 혼잡 시 즉각 안내 방송으로 분산을 유도한다. 전담 인력 상시 순찰과 경찰 협업 체계도 구축했다. 보차혼용 도로인 연무장길에서는 '성동형 보행안전거리'를 운영해 차량 통행을 제한하며 보행 안전을 확보하고 있다.
이밖에 스마트 횡단보도 설치, 워킹스쿨버스 운영, 취약계층 주거환경 개선, 소규모 사업장 안전 점검 확대 등도 모두 '예방'에 방점이 찍힌 사업들이다. 사고 이후의 수습이 아니라, 위험요인을 사전에 줄이는 구조를 만드는 데 행정력을 집중했다는 평가다.
특히 24시간 재난안전상황실 운영 강화는 상징적 조치다. 재난 대응을 특정 시간대의 업무가 아닌 상시 체계로 전환하며, 안전을 일상적 관리 영역으로 끌어올렸다. 이는 단체장의 관심 사업을 넘어 조직과 시스템으로 남기려는 시도로 읽힌다.
정 구청장의 12년은 '도시의 체질'을 바꾸는 과정이기도 했다. 개발과 상권 확장으로 급변하는 도시 환경 속에서 속도보다 안전을 우선하는 기준을 세웠다. 예산과 인력 배치에서도 재난 대응과 생활 안전 분야의 비중을 유지하며 '안전 행정의 연속성'을 강조해왔다.
정 구청장은 "취임 첫날의 마음과 같이 구민의 안전을 지키겠다는 약속으로 12년 구정을 마무리하게 돼 뜻깊다"며 "안전은 시작과 끝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매일 점검하고 보완해야 하는 지속적인 과제"라고 밝혔다. 마지막 결재를 앞둔 시점에도 "현장의 안전 상황을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난 12년은 직원들과 함께 쌓아온 시간이었다"며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역할을 다해준 성동구 직원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행정 원칙이 차기 구정에서도 이어지길 바란다는 당부도 덧붙였다.
정 구청장은 4일 구정 업무를 마친 뒤 물러나고, 5일 서울시장 예비후보로 등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