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설상미 기자] 통일교 측이 김건희 여사에게 전달한 샤넬 가방을 두고 서로 다른 결론이 나왔다. 김 여사에게는 무죄가 선고된 반면, 이를 전달한 건진법사 전성배 씨에게는 유죄가 인정됐다. 전 씨 사건을 심리한 이진관 재판부는 개별 청탁이 명확히 특정되지 않았더라도 금품 수수 전후 사정을 종합해 대가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고, 세 차례 금품 수수를 '포괄일죄'로 묶어 판단했다.
2일 <더팩트>가 확보한 판결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통일교 측이 전 씨를 통해 김 여사에게 샤넬 가방 2개와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건넨 사실을 인정하고, 일련의 금품 수수 행위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알선수재죄의 대가성을 폭넓게 해석했다. 금품 수수 당시 구체적인 청탁이 특정되지 않았더라도, 수수의 경위와 시기, 전후 관계 등을 종합해 직무와 관련된 대가로 볼 수 있다면 죄가 성립한다고 봤다. 또 금품이 친목이나 후원 성격을 일부 띠고 있더라도, 직무 알선에 대한 기대가 불가분적으로 결합돼 있다면 전부를 알선 대가로 평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알선의 내용, 알선자와 이익 제공자 사이의 친분관계, 이익을 주고받은 경위와 시기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결정하되, 알선과 주고받은 금품 사이에 전체적 포괄적으로 대가관계가 있으면 충분하다.
재판부는 금품에 단순 친목, 후원 등의 목적이 있었더라도 직무 알선에 대한 기대가 '분리'하기 어려운 형태로 결합돼 있다면 전부를 알선 대가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통일교가 윤 전 대통령의 당선을 전방위적으로 지원한 정황과, 대선 직후 김 여사가 윤 전 통일교 본부장과의 첫 통화에서 한학자 총재를 직접 만나 인사하겠다는 취지로 언급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특히 첫 번째 샤넬 가방이 전달된 시점이 대통령 취임식 전후 한 달 사이였다는 점에 주목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에 기여한 통일교가 향후 보상이나 청탁을 기대할 가능성이 충분한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2022년 4월 통일교 측이 제공한 802만 원 상당의 첫 번째 샤넬 가방도 단순한 선물이나 당선 축하 표시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당시 개별 청탁 현안이 명확히 특정되지 않았더라도, 통일교와 김 여사 사이의 관계 형성 경위와 전달 시점 등의 상황을 종합하면 직무 알선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고 본 것이다.
또 이진관 재판부는 세 차례에 걸친 금품 수수를 하나의 계속된 범행으로 보는 '포괄일죄'를 인정했다. 윤 전 본부장이 통일교가 추진하던 여러 사업과 관련해 대통령의 직무에 속한 사안을 알선받기 위해 전 씨와 김 여사를 통해 금품을 건넸다는 것이다. 전 씨 역시 통일교의 현안을 인식한 상태에서 샤넬 가방 등이 알선의 대가라는 점을 알고 이를 전달·수수한 것으로 봤다.
2022년 4월과 7월에 금품이 세 차례 전달될 당시 '유엔 사무국 한국 유치', '교육부 장관 예방' 등 요청 내용이 시기마다 달라지기는 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금품을 반복 수수하는 과정에서 처음 예정됐던 청탁 내용이 점차 구체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2022년 4월 7일 첫 번째 샤넬 가방, 같은 해 7월 5일 두 번째 샤넬 가방, 7월 29일 그라프 목걸이 수수 행위 사이에는 단일성과 계속성이 인정돼 포괄일죄에 해당한다고 봤다.
각 금품 수수 행위를 개별적으로 분리해 판단하지 않고 전체 청탁의 흐름 속에서 하나의 계속된 범행으로 본 것이다. 4월 샤넬 가방을 단순한 축하 선물로 볼 수 없는 결정적 근거가 됐다. 이는 김 여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의 판단과 대비된다. 우인성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라는 시점적 특성상 '당선 축하' 등 의례적 인사가 오갔을 뿐, 구체적인 청탁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며 4월 샤넬가방 수수에 무죄를 선고했다.
나아가 재판부는 전 씨가 단순한 전달자에 그치지 않고, 통일교 측의 이해관계를 권력 핵심에 연결하는 매개 역할을 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이러한 알선 행위가 반복되면서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 통일교 사이의 관계가 밀접해졌고, 그 결과 정교유착으로 이어졌다고도 판시했다. 재판부는 "정교유착으로 윤석열 김건희는 통일교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으로 보일 뿐만 아니라, 통일교도 자신의 국내외 교세확장 등에 대한 경제적, 정치적 지위를 이용함으로써 상호공생에 이르게 됐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