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3법, 우려 속 현실화…'가보지 않은 길' 열렸다


'법왜곡죄' 위헌 논란..."수사·재판 위축"
'재판 소원'…"희망고문" vs "견제 장치"
대법관 증원안에는 '코트패킹' 우려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2회 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에 참석해 헌법재판소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 종결동의의 건 투표 도중 사법개혁 3법 반대 관련 구호가 적힌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국회=배정한 기자

[더팩트ㅣ선은양 기자] 이른바 3대 사법개혁 법안이 지난달 28일 법원조직법을 마지막으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모두 통과했다. 입법에 따른 부작용을 줄여나가기 위해 적절한 제도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는 지난 26일부터 이날까지 본회의를 열고 법왜곡죄 신설을 담은 형법 개정안과 재판소원제를 도입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 대법관을 26명으로 증원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법왜곡죄' 위헌성 시비…"수사·재판 위축 우려"

'법왜곡죄'로 불리는 개정 형사소송법은 3법 중 위헌성 시비가 가장 많다. 이 법은 판·검사가 △법령을 의도적으로 잘못 적용하는 경우 △은닉·위조된 증거를 재판·수사에 사용하는 경우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를 사용하거나 증거 없이 범죄 사실을 인정하는 경우 등에 대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헌 논란을 의식한 민주당의 막판 수정으로 적용 범위를 모든 사건에서 형사사건으로 한정하고, 법령의 의도적 잘못 적용을 더 구체화했지만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 왜곡죄는 비슷한 직권남용, 직무유기 죄보다도 형이 과도해 형벌 체계상 비례성 원칙에 위배된다"며 "판·검사에 대한 고발이 반복될 경우 재판·수사 환경이 위축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법왜곡죄의 경우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악용될 가능성이 높아 사법의 정치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선의 한 변호사도 "법왜곡죄는 필연적으로 재판 기능의 위축과 법리 고착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며 "도입 자체로 사법 체계의 근간을 흔들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법왜곡죄는 처벌보다는 예방 기능이 목적이며 시행 중인 독일에서도 1년에 이 법 위반에 따른 유죄 판결 건수가 1~2건에 그쳐 실제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측도 2019년 법왜곡죄를 발의한 바 있다.

이른바 3대 사법개혁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법조계를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팩트DB

◆재판소원 찬반 "법적 불안정성" vs "기본권 보장이 더 중요"

재판소원에 대한 시각도 엇갈린다. 재판소원은 기존 헌법소원 심판 청구 대상에 법원 판결을 포함하는 내용이다.

헌재법 개정안에 따라 확정된 판결이 헌재 결정에 반하는 취지일 경우,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경우, 기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 명백한 경우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게 됐다.

앞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재판소원 도입을 둘러싸고 입장 차이를 보여왔다. 대법원은 재판소원이 허용될 경우 헌재가 사실상 상급심 역할을 하게 돼 심급 구조가 흔들리고 재판의 확정력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 왔다. 반면 헌재는 법원의 재판이더라도 헌법에 위반되는 경우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법안 통과 이후에도 법조계 견해는 엇갈린다. 한 현직 판사는 "판결 확정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현 구조에서 또 다른 심판 절차가 추가되면 법적 불안과 희망 고문만 지속될 것"이라며 "제기 요건과 범위를 엄격히 설정하는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헌법연구관을 지낸 노희범 변호사는 "재판소원이 도입되면 재판의 무오류성에 대한 감시와 견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가기관의 권위 유지보다는 기본권과 헌법 원칙이라는 공익이 더 중요하다"면서 재판소원 도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른바 3대 사법개혁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법조계를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남용희 기자

◆대법관 증원에 '코트패킹' 비판…사실심 강화 목소리

대법관 수를 기존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린 대법관 증원안을 둘러싼 우려도 만만치않다. 법안 통과에 따라 대법관은 매년 4명씩, 3년에 걸쳐 총 12명이 증원될 예정이다.

법조계에서는 대법관 1인당 사건 부담이 과중하다는 측면에서 도입 취지를 공감하면서도, 대법관 증원에 따른 하급심 부실화나 전원합의체 기능 약화 등 부작용을 우려했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법원 인력이 상급심으로 이동하며 하급심 기능이 저하되는 문제가 제일 크다"며 "대법관 수가 대폭 늘어나면 소부 간 판례 정합성 유지가 어려워 오히려 국민들의 사법 신뢰도가 떨어질 수도 있다"고 짚었다.

정치권 입맛에 맞는 인사로 법원을 채우는 '코트패킹(법원 채우기)'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법안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 임기 중 대법관 22명을 임명 가능하다.

다만 대법원에서 1년 처리하는 사건이 4만여 건, 대법관 한 사람이 맡는 사건이 3000여 건에 이르는 상황에서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있다. 대법관 증원은 1950년대부터 논쟁이 될 만큼 오랜 화두이기도 했다. 지난 2010년에는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측도 대법관을 24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앞으로 대법관 증원 뿐 아니라 사실심을 강화하고 상고를 제한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국회를 통과한 3개의 법안은 국무회의 의결과 공포 절차를 거쳐 시행될 예정이다. 법왜곡죄와 재판소원제의 경우, 시행 이후 구체적 사건을 계기로 위헌법률심판 제청이나 헌법소원이 제기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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