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노트북 몰래 가져가 암호 바꾼 대표…법원 "절도죄 아냐"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혐의는 유죄…벌금 500만원
자금난에 회계 자료 열람하러…임직원 협조 못 얻어

?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13단독 김성은 판사는 최근 특수절도,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혐의를 받는 대표이사 70대 남성 A 씨에게 벌근 500만원을 선고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윤경 기자] 경영 악화로 궁지에 몰리자 회계 자료를 열람하기 위해 직원의 노트북을 훔쳐 암호를 변경한 대표이사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법원은 회사 물품에 대한 대표의 소유권을 인정해 절도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13단독 김성은 판사는 특수절도와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혐의를 받는 모 주식회사 대표이사 70대 A 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A 씨는 지난 2024년 12월께 회사 사무실에서 회계팀장 B 씨의 노트북을 훔친 뒤 무단으로 암호를 변경하고 B 씨의 계정 권한을 삭제하는 등 회사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A 씨는 당시 B 씨의 노트북 외에도 회사 은행 통장과 법인카드 등을 몰래 들고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A 씨는 회계 자료 열람을 위해 암호를 변경했다고 주장하나 B 씨가 인트라넷에 접속하지 못하게 한 것은 권한 남용"이라며 "대표이사로서 이와 같은 행위가 정당화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트북을 반납하면서 암호를 알려줬다는 것만으로 업무방해의 고의가 없었다고 단정할 수 없고 실수로 암호를 초기화했다고 해도 혐의가 성립된다"며 "다만 계정이 빠르게 복구되고 회사의 큰 피해도 없는 점 등은 정상 참작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특수절도 혐의는 무죄를 선고했다. A 씨는 당시 회사의 경영 상황 악화 등으로 전무이사와 투자사들이 문제를 제기하자 유리한 자료를 확보하고 불리한 자료를 삭제하기 위해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자금난 등으로 5억여원의 개인 자산 출자를 요구받자 나름대로 적법한 방식으로 회계 자료를 확인하려 했으나 임직원들의 협조를 얻을 수 없었다"며 "대표이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회사 소유 물품들에 대해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점유를 개시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A 씨는 필요한 회계 자료를 확인하고 범행 다음날 노트북 등을 반환했다"며 "형사처벌을 감수하면서까지 절취할 동기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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