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의혹' 문 정부 안보 라인 첫 공판…"북 선전 활용" vs "색깔론"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이 지난해 8월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탈북 어민 강제북송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서예원 기자

[더팩트ㅣ설상미 기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늦추기 위해 국가 기밀을 외부로 유출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등 문재인 안보라인 인사들이 첫 공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는 27일 오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정 전 실장과 정경두 전 국방부 장관, 서주석 전 국가안보실 1차장에 대한 1차 공판을 열었다.

이들은 사드 배치 반대 시민단체에 군사 2급 비밀로 지정된 지상 수송 작전 계획 등 군사 기밀을 사전 유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작전 일시와 수송 물자 반입 정보 등이 사전 전달되면서 반대 단체가 긴급 집결 공지를 전파하고 외부 전문 시위대까지 동원해 집회가 과격 양상으로 번졌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집회 참가 인원이 최대 4배 늘었고, 경찰 투입 규모도 최대 49배 증가해 군사 작전에 차질이 빚어졌다는 설명이다.

검찰은 "피고인들은 갈등 상황 관리 목적으로 작전 정보 누설 내지 작전 중단을 지시했다고 주장하지만, 그러한 목적이 불법 행위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또 사드 반대 단체 6개 주요 단체 중 일부는 대법원에서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로 판단된 곳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반대 단체의 시위 장면이 북한 노동신문에 인용돼 선전 수단으로 활용됐다"고 밝혔다.

반면 피고인들은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정 전 실장 측 변호인은 "피고인이 2020년 5월 21일 국방부 장관에게 사드 배치 반대 단체에 사전 통보하지 않겠다는 보고를 받았음에도 통보를 지시했다는 것이 검찰 주장인데, 피고인은 그러한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 사전 통보는 군사기밀 누설이 아니라 갈등 완화를 위한 정책적 판단이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가 사드 배치 단체와의 충돌을 최소화하는 이른바 '로우키(조용한 관리)' 기조에 따른 판단이었다는 것이다. 정 전 실장 측 변호인은 "지상 수송 작전을 어느 정도 공개하며 진행할지는 정부의 정책적 판단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검찰이 제기한 사드 배치 반대 단체의 이념성을 놓고는 "색깔론적 접근이자 공안적 시각에 따른 주장"이라며 "사건의 본질과 무관한 사안을 과도하게 부풀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29일 오전 미사일 등 장비를 실은 주한미군 차량이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기지로 들어가고 있다. 국방부와 주한미군은 이날 노후장비 교체를 위한 육로 수송작업에 들어갔다. /뉴시스(소성리종합상황실 제공)

서 전 1차장 측 역시 기습 배치가 오히려 갈등을 키울 수 있어 사전 통보를 통해 충돌을 예방하려 했다는 입장이다. 또 운송 계획은 이미 국회와 언론 등을 통해 공개돼 지역 주민들도 충분히 알 수 있었던 만큼 보호해야 할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서 전 1차장 변호인은 "지상 수송 작전이 이뤄지는 지역 주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선제적으로 제공해 이해를 높이고 협조를 구하는 것이 현대적 군사작전 수행 방식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가 아무런 설명 없이 기습적으로 작전을 강행할 경우 주민들의 불신과 반발이 커져 집회가 격화되고 인명 피해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고 했다.

정 전 실장과 정 전 장관은 2020년 5월 군사 2급 비밀로 지정된 지상 수송 작전 계획에 포함된 유도탄·레이더 전자장치 유닛 교체 관련 정보를 국방부 지역협력반장을 통해 사드 배치 반대 시민단체에 전달하도록 혐의를 받고 있다. 서 전 1차장은 2018년 4월 국방부 차관 재직 당시 국방부 지역협력반장에게 특별취급 군사 작전 정보인 공사 자재 반입 계획 등을 반대 단체에 알리도록 지시한 혐의도 받는다.

이 사건은 2023년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이 문재인 정부의 사드 배치 지연 및 군사 작전 정보 유출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면서 시작됐다. 감사원은 이듬해 10월 관련 인사들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고,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가 수사를 진행해 재판에 넘겼다.


snow@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