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는 무죄, 전성배는 유죄…'4월 샤넬 가방' 판단 갈렸다


이진관 재판부 "의례적 선물 아니다"
묵시적 청탁 인정 범위, 항소심 쟁점화

프랑스와 베트남 순방길에 오르는 김건희 여사가 2023년 6월 19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출국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설상미 기자] 통일교 측이 김건희 여사에게 전달한 샤넬 가방을 놓고 받은 김 여사는 무죄, 전달한 건진법사 전성배 씨는 유죄로 엇갈렸다. 앞으로 두 사람의 항소심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24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알선수재) 등 혐의로 기소된 건진법사 전성배 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전 씨는 김 여사와 공모해 2022년 4월부터 7월까지 통일교 관계자에게 현안 해결 청탁을 받고 총 8000여만 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았다.

재판 과정에서 김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당선된 지 약 한 달 뒤인 2022년 4월 초 통일교 측에서 802만 원 상당의 샤넬 가방을 받은 데 이어, 같은 해 7월에는 1271만 원 상당의 샤넬 가방과 6000만 원 상당의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물품들은 전 씨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먼저 건네받은 뒤 김 여사 측에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이진관 재판부는 통일교 측이 전 씨를 통해 김 여사에게 샤넬 가방 2개와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건넨 사실을 인정하고, 일련의 금품 수수 행위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전 씨가 단순한 전달자나 중개인이 아니라 통일교 측과 권력 핵심 사이에서 영향력을 매개로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단순히 알선행위를 한 것에 그친 것이 아니라, 윤석열이나 김건희에 대한 자신의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윤석열의 대선 운동을 도왔고, 고위 공직자 등을 관리했다"고 판시했다.

김 여사가 가방을 받을 당시 통일교의 청탁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더라도 '묵시적 청탁 의사'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통일교가 윤 전 대통령의 당선을 전방위적으로 지원한 정황, 대선 직후 김 여사가 윤 전 통일교 본부장과의 첫 통화에서 한학자 총재를 직접 만나 인사하겠다는 언급 등을 종합한 결과다.

특히 첫 번째 샤넬 가방이 전달된 때는 대통령 취임식 한 달 전후였다. 윤 전 대통령 당선에 기여한 통일교가 보상을 요구할 것이 확실히 예견된 상황이었다. 김 여사가 받은 가방이 청탁 대가가 아닌 선물이라고 보기 어려운 정황이다.

또 재판부는 샤넬 가방은 사회통념상 의례적인 선물로도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800만 원 상당의 고가의 물건이 대가를 전제하지 않고, 단순히 친분관계로 주고받은 선물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다. 통일교 측의 대선 지원과 향후 정부 협조 기대가 맞물린 상황에서 이뤄진 것으로 봤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24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알선수재) 등 혐의로 기소된 건진법사 전성배 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더팩트 DB

이에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는 지난달 28일 김 여사 알선수재 선고 공판에서 상반된 해석을 내놨다.

우인성 재판부는 김 여사의 4월경 샤넬 가방 수수는 무죄를, 7월경 샤넬 가방과 그라프 목걸이 수수는 유죄를 선고했다. 윤 전 대통령의 당선 직후라는 시점적 특성상 '당선 축하' 등의 의례적 인사가 오갔을 뿐, 구체적인 청탁을 인지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김 여사는 2022년 4월 가방을 받았을 때는 청탁을 인식하지 못했고 이후 전 씨에게 문자 등을 전달받은 뒤에야 구체적인 청탁 내용을 인식했다고 봤다. 그러면서 "청탁의 존재가 인정되지 않는 이상, 알선의 명목으로 금품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두 재판부의 결론은 알선수재죄에서 요구되는 '청탁'의 특정 시점과 '대가성'의 인정 범위에서 갈렸다. 이진관 재판부는 금품 제공 당시 구체적 사업·현안을 특정하지 못했더라도 통일교의 전방위적인 대선 지원에 대한 보상 기대와 향후 정부 협조를 염두에 둔 금품 제공이라는 전체 맥락을 중시해 묵시적 청탁과 대가성을 폭넓게 인정했다.

반면 우인성 재판부는 청탁 사안이 가방 전달 이후(4월 중순) 구체화됐다는 점을 기준으로, 가방 수수 시점에는 청탁의 존재와 김 여사의 인식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봐 알선수재죄 성립을 부정했다. 결국 청탁의 특정 시점과 수수 당시 피고인의 청탁 인식 여부를 어떻게 볼 것인지를 두고 법리 적용 기준이 달랐던 셈이다.

김 여사의 4월 샤넬 가방 수수를 두고 두 재판부가 엇갈린 판단을 내리면서 항소심에서 결론이 뒤바뀔지 주목된다. 대선 지원과 금품 제공 사이의 대가성을 적극적으로 인정한 이번 판결이 기존 1심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이진관 재판부는 샤넬 가방과 목걸이 등 제공된 금품과 '대선운동'과의 대가성을 매우 밀접하고 적극적으로 판단했다"라며 "이 사건은 사실관계가 명확하고 법리나 법령 적용이 어렵지 않아, 김건희 1심 판결이 깨질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김건희 특검은 "김건희 씨에 대한 1심 판결에서 청탁이 없었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던 이 부분이 유죄로 인정됐다"라며 "김건희 씨에 대한 항소심 준비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no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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