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엘리엇 ISDS 취소소송 승소…1600억 지켰다


미국계 헤지펀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으로 불이익 주장
중재재판소 1600억 지급 판정…영국 항소법원 한국 손들어줘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한민국 정부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 취소소송 승소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02.23. /뉴시스

[더팩트ㅣ송다영 기자] 정부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에 1600억원 상당의 돈을 지급하라는 국제투자분쟁(ISDS)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취소 소송에서 승소했다. 한국 정부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기존 중재판정은 다시 중재절차로 환송된다.

법무부는 23일 "엘리엇을 상대로 한 ISDS 사건 중재판정 영국 법원 취소 소송에서 승소했다"고 밝혔다.

엘리엇 사건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이 삼성물산에 불리했는데도 주요 주주였던 정부 기관인 국민연금공단이 찬성해 삼성물산 주주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내용이다.

당시 삼성물산의 주주였던 엘리엇은 합병에 반대했으나,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합병이 성사됐다.

엘리엇은 이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부당한 압력이 있어 주가 하락 등 손해를 봤다며 2018년 7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근거로 약 1조 원 이상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ISDS를 제기했다.

2023년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는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게 약 1556억원(약 1억782만달러)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정했다.

이에 한국 정부는 같은 해 7월 FTA 규정을 근거로 PCA가 관할권이 없는 사건을 판정했다며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취소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2024년 8월 정부가 근거로 든 한미 FTA 조항에 대해 영국 중재법상 재판권이 있다고 볼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며 소송을 각하했다.

반면 2심인 영국 항소법원(Court of Appeal)은 지난해 7월 한국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여 사건을 다시 1심 법원인 고등법원(High Court)으로 환송했다.

사건을 돌려받은 고등법원은 PCA 중재 판정에 취소 사유가 있는지를 따져본 뒤, 이날 한국 정부의 승소로 판단했다.

이번 판결로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기존의 원 중재판정은 더이상 유지되지 않으며 사건은 중재절차로 다시 환송된다.

법무부는 "이번 사건은 정부의 끈기 있는 도전 끝에 여러 가지 불리한 상황을 딛고 국민연금기금의 운용을 해외 투기자본으로부터 안전하게 지켜냄과 동시에 한미 FTA 제11.1조의 '관문조항'으로서의 역할을 재정립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이번 승소는 영국 법원의 중재판정 취소 인용률이 최근 2년간 단 3%에 불과한 상황을 뚫고 국익을 지켜낸 값진 성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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