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라진 기자] 사업주의 동의 없이 현장에서 미등록체류 외국인을 단속한 것은 인권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판단이 나왔다.
20일 인권위에 따르면 A 이주민단체는 울산출입국·외국인사무소 단속반이 지난 2024년 외국인 고용 사업장을 단속하면서 사업주의 동의를 받지 않은 채 현장에 진입해 단속을 진행했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A 단체는 단속반이 별도의 안전 확보 조치를 하지 않아 외국인 노동자 2명이 달아나다 다쳤고, 임신 6주였던 노동자는 적절한 보호 조치 없이 병원을 전전한 뒤 추방됐다고 주장했다.
출입국사무소 측은 "단속 당시 업체 관계자에게 신분증 제시 후 소속·직책 등을 밝히며 단속을 고지했으며, 관계자 동의를 받은 뒤 무전을 통해 '안전하게 확인하라'고 지시했다"며 "피해자 임신 사실을 인지한 뒤에는 여러 병원을 수소문해 진료를 받게 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단속반이 업체 관계자에게 단속 사실을 알리는 것과 거의 동시에 외국인 노동자들을 추격하는 등 사전 동의가 확보되기 전에 사실상 단속이 시작된 정황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사업장 동의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현장 진입과 단속이 이뤄진 것은 적법하게 개시된 단속으로 보기 어렵다"며 "출입국사무소장은 소속 직원들을 대상으로 사업주 사전동의의 적법절차 준수에 관한 직무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출입국사범 단속과정의 적법절차 및 인권보호 준칙(제10조2항)에 따르면 단속반장은 사업장 방문조사 시 주거권자 또는 관계자에게 증표를 제시하고 소속·성명·조사 목적을 밝힌 뒤 동의를 받아야 한다.
다만 인권위는 임신 노동자의 경우 여러 병원 진료가 시도됐고 피해자가 자필로 귀국 의사를 밝힌 점 등을 고려해 인권침해로 보기는 어렵다며 진정을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