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인지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19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법원 일대에는 탄식이 쏟아졌다. 시민들은 "재판부가 사형을 선고했어야 했다"며 아쉬워했고,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유죄 판결에 불복하는 모습이었다.
시민단체 촛불행동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지하철 서초역 8번 출구 인근 서울중앙지검 서문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주최 측 추산 36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이들은 윤 전 대통령 사형 선고를 촉구했다. 이들은 '내란수괴 윤석열 사형'과 '조희대를 탄핵하라' 등 손팻말을 들고 "내란수괴 윤석열에게 사형을 선고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재판부가 "유죄판단을 하기에 충분하다"고 하자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일부는 "불안해서 못 보겠다"고 발을 구르며 집회 트럭에 설치된 전광판 중계방송을 지켜봤다.
하지만 오후 4시께 재판부가 무기징역을 선고하자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탄식이 터져나왔다. 재판부를 향해 욕설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80대 여성은 "용납 못해"라고 외치며 손팻말을 바닥에 내던졌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잘 들은 게 맞냐", "방금 무기징역이라고 했냐" 등 주위에 되묻는 이들도 보였다.
경기 수원시에서 온 고영철(73) 씨는 "가장 중요한 것이 생명과 인권인데, 윤 전 대통령은 본인 인생을 윤택하게 살고자 국민의 생명을 하찮게 여기고 내란을 준비했다"며 "법정에서도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내란을 동조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경기 용인시에서 왔다는 김영연(64) 씨는 "사형 집행은 안 하더라도 (사형을 선고해) 친위 쿠데타로 민주주의를 파괴할 수 없다는 걸 역사에 남겨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서울 성북구에서 온 송수찬(67) 씨는 "아쉽지만 차악의 결과"라며 "내란죄는 성립됐으니 2심에서는 형량에 집중해 특검이 사형을 받아내야 한다"고 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정문 인근 정곡빌딩 남관 앞에서는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집회도 개최됐다. 신자유연대 주최로 열린 집회에 참석한 300여명은 오전 9시부터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윤 어게인(YOON AGAIN)" 구호를 외쳤다. 법원 일대 건물과 인도 곳곳에도 윤 전 대통령 지지자 500여명이 모였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이끄는 부정선거부패방지대도 오후 1시부터 지하철 교대역 9번 출구 앞에서 집회를 진행했다. 왕복 6차선 중 2개 차로를 점거한 집회 참가자들은 "내란은 없었다"며 윤 전 대통령 무죄 선고를 촉구했다. 일부는 북과 깽과리를 치며 박자에 맞춰 '공소 기각'을 외쳤다.
양 손을 모은 채 결과를 기다리던 이들은 무기징역 선고에 재판부를 향한 욕설을 쏟아냈다. "망했다"며 좌절하고 탄식하는 이들도, "끝까지 믿는다"며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도 있었다. 일부는 "윤석열 끝까지 믿는다"고 고함을 지르거나 고개를 떨군 채 눈물을 보였다.
대학생 김모(24) 씨는 "완전히 비상식적인 결과"라며 "대한민국이 망가지지 않도록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중학생 박모(15) 양도 "재판부가 정권의 눈치를 본 것 같다"며 "2심 결과는 달라지길 바란다"고 했다. 시민 박모(70) 씨는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판결"이라며 "우리와 미래 세대가 모두 망가졌다. 대한민국은 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날 서초동 일대에 기동대 16개 부대, 1000여명을 배치했다. 선고를 앞둔 오후 2시께는 추가로 8대 중대를 투입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경찰은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차로를 넘어 인도로 몰리자 약 150m 구간에 질서 유지선을 설치해 통행로를 확보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내란 우두머리 등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443일 만이다.
조은석 특별검사팀(내란특검)은 지난달 13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30년 전인 지난 1996년 8월26일 1심 법원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전두환 씨에게 사형을 선고한 바 있다. 이후 전 씨는 무기징역으로 감형돼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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