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해인 기자] 게임에 쓸 음원을 넘기는 계약을 맺었다고 해서 저작권까지 함께 넘어간 것으로 볼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계약서에 저작재산권을 양도한다는 취지가 분명히 드러나지 않았다면 권리는 여전히 창작자에게 남아있다고 봐야 한다는 취지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최근 이모 씨가 나우게임즈(현 오투잼컴퍼니)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씨는 지난 2011년 7월 나우게임즈와 1년간 리듬게임에 사용될 음원을 제작·공급하고, 기본 제공 음원 1곡당 150만원의 제작비를 매월 말 지급받기로 하는 내용의 음원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39건의 음원을 제공했다.
하지만 나우게임즈가 2017년 3월 파산선고를 받은 뒤 당시 대표이사가 새로 설립한 회사가 해당 음원을 매수해 사용하자 이 씨는 자신의 동의 없는 사용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쟁점은 이 음원공급계약을 음악저작물의 저작재산권 양도계약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1심은 원고 패소로 판단했다. 음원공급계약의 당사자가 아닌 이 씨가 공급계약상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고, 계약상 음원을 나우게임즈가 매수한 것으로 봤다. 2심도 해당 계약을 저작재산권 양도계약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판단해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저작재산권은 양도 대상이 될 수 있으나 음원공급계약서에 이전된 권리 중 저작권을 제외한다고 돼 있고, 양도 사실이 표현되지도 않았으므로 계약상 저작재산권은 음악저작물 저작자인 이 씨에게 권리가 유보된 것으로 봤다.
대법원은 "저작재산권 양도계약인지 여부는 계약 문언의 내용, 계약이 체결된 동기와 경위, 계약을 통해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계약서에는 음악저작물의 저작인격권과 저작재산권은 원시적으로 저작자인 이 씨에게 귀속되며 계약서에 이전된 권리 중 저작권을 명시적으로 제외한다고 적혔다. 저작재산권 양도 사항이 명시돼 있지 않았고 저작권 양도 사실이 외부적으로 표현됐다고 볼 증거가 없도 없었다.
또 계약서상 '매절'이라는 표현 역시 출판계약에서 대가 지급 방식을 의미하는 용어로 사용되기도 하는 만큼, 이를 곧바로 저작재산권 양도로 볼 특별한 사정은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계약은 나우게임즈가 리듬게임 등 사업에 사용할 목적으로 음악저작물을 공급받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반드시 저작재산권을 양도받아야만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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