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재판소원 위헌 아냐"…'4심제' 우려도 일축

헌법재판소가 위헌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이른바 재판소원법(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이 헌법에 부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더팩트 DB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헌법재판소가 위헌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이른바 '재판소원법'(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이 헌법에 부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법원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비판에 공식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헌재는 13일 '재판소원 도입 FAQ'라는 26쪽 분량의 자료를 공개했다. 재판소원의 쟁점을 15개로 나눠 문답식으로 해설한 내용이다. 헌재가 헌법재판이 아닌 특정 현안을 두고 이같이 많은 양의 자료는 내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재판소원법 반대 논리 중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헌법 조항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는 101조 1항이다. 대법원이 사법권의 최종심이 돼야한다는 논리다.

이에 헌재는 자료에서 "헌법 제40조가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 헌법 제66조 제4항이 '행정권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에 속한다'라고 규정하는 것과 같이, 권력분립원칙에 기초해 사법권이 원칙적으로 법원에 귀속되는 것을 천명한 것일 뿐"이라며 "오히려 헌법 제111조 제1항은 헌법재판권을 헌법재판소에 귀속시킴으로써 재판소원의 헌법적 근거를 분명히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소원이 사법권 독립에 어긋난다는 주장을 놓고도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는 헌법 103조를 근거로 반박했다. 재판이 헌법에 어긋나면 내부적으로는 심급제도를 통해 외부적으로는 헌법재판권한을 가진 헌법재판소를 통해 교정하는 것이 이원적 사법 체제를 택한 헌법에 취지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이 최고 법원이라는 주장은 명령·규칙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될 때 최종 심사권을 가진다는 헌법 103조에도 기반한다. 다만 헌재는 이같은 심사권이 헌법·법률 위반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 한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헌재는 "재판소원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의견, 권력분립원칙에 반한다거나 사법권 독립을 침해한다는 주장은 그 헌법상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재판소원을 도입하기 위해 헌법을 개정할 이유도 없다고 지적했다. 헌법소원 심판권은 헌재 권한으로 헌법에 규정돼있고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이 없으므로 재판소원의 헌법적 근거는 이미 명확하다는 주장이다.

재판소원은 사실상 ‘4심제’ ‘초상고심’이라는 대법원의 주장에는 ”법원이 재판 과정에서 한 사실 확정이나 법률 해석·적용을 다시 심사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대법원이 헌재의 하위 기관이 되는 것이 아니며 헌재와 대법원은 각자 위치에서 고유 기능에 따라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게 될 것“이라고 반론을 폈다.

대법원은 헌법에 법원과 헌법재판소가 별도로 규정돼있기 때문에 어느 한쪽이 상위기관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헌재는 "기관 간 견제와 균형을 내용으로 하는 권력분립원칙을 오해한 것“이라며 ”재판소원의 도입이 헌법재판소를 대법원의 상위에 두는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우리와 같이 헌법상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을 분리해 규정하는 스페인의 경우 현재 재판소원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상환 헌법재판소장(가운데)을 포함한 헌법재판관들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조지호 경찰청장 탄핵심판 사건 선고를 위해 대심판정에 자리하고 있다. /서예원 기자

재판소원으로 사건 해결이 지연돼 국민의 피해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에는 대만의 사례를 들었다. 헌재에 따르면 대만은 재판소원을 도입한 2021년 접수건수는 747건이었으나 이듬해 4371건으로 급증했다. 이후에는 1359건, 1031건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도입 초기에는 접수되는 심판사건 수가 대폭 증가할 수 있으나 헌재의 적법요건 판례가 집적되고 제도가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면 수가 감소할 것이라는 취지다. 헌재는 "재판소원을 이미 도입한 독일·스페인 등의 사례를 참조해 중요한 헌법적 의미를 가지거나 기본권 보장에 필요한 경우에 한정해 전원재판부에 회부한다면, 심판사건 수의 증가에 따른 문제는 최소화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재판소원 대상은 '확정된 재판'에 한정되며 요건이 맞지 않을 경우 30일 안에 각하할 수 있으며 소원이 인용돼 재판이 취소되는 경우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아 사건 해결이 크게 지연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속한 분쟁 해결이라는 가치를 희생해서라도 헌법·법률 위반을 바로잡을 필요가 클 때에 국한된다는 설명이다.

충분한 논의가 없는 졸속 도입이라는 비판에는 "헌법소원의 대상인 ‘공권력의 행사’에 입법, 행정과 달리 법원의 재판만 제외하는 것은 이례적인 것"이라며 "1987년 헌법개정 및 1988년 헌법재판소법 제정을 통해 헌법재판제도를 도입할 때부터 이 부분은 논쟁의 대상이 돼왔다"고 일축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12일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재판소원법을 통과시켰다. 민주당은 법왜곡죄(형법 개정안), 대법관 증원(법원조직법 개정안) 법안과 함께 이달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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