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설상미 기자] 헌법재판관 미임명 혐의로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첫 공판에서 내란특검의 수사·기소 대상이 아니라며 공소기각을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10일 오후 직무유기,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를 받는 한 전 총리, 최상목 전 기획재정부 장관, 김주현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 정진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이원모 전 공직기강비서관의 1차 공판을 진행했다.
1심에서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징역 23년을 선고받고 서울구치소에 구속 수감 중인 한 전 총리는 남색 정장 차림으로 법정에 섰다.
한 전 총리 측은 사건 자체가 특검법상 수사·기소 대상이 아니므로 공소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전 변호인은 "헌법재판관 인사 문제는 특검법이 수사 대상으로 정한 2024년 12·3 비상계엄 선포 행위와는 성격이 전혀 다르고, 시간적·장소적으로도 현격한 차이가 있으며 인적 연관성도 없다"며 "계엄 해제 이후 적게는 한 달, 길게는 4개월 이상 지난 뒤 발생한 사안으로 내란·외환 행위와 증거를 공통으로 하지도 않고, 직접적·합리적 관련성도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검은 지난 공판 준비기일에서도 이 사건이 특검법 수사 대상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명확히 적시하지 않은 채, 여러 조문에 모두 해당한다는 모호한 주장만 반복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헌법재판관 임명·지명은 고도의 정치적 재량 영역으로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한 전 총리는 2024년 12월 26일 국회가 새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마은혁·정계선·조한창 후보를 추천했으나,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았다.
한 전 총리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국회가 합의만 해오면 언제든 즉시 임명하겠다고 약속했다"라며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헌법재판관 임명에 관한 직무를 완전히 포기하거나 저버리겠다는 취지가 전혀 아니었다"고 했다. 이어 "헌법재판소가 정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도록 국회의 정치적 결단을 촉구한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호소"라고 강조했다.
마 재판관 임명이 약 10일간 지연된 데 대해서도 국가적 현안 대응 때문이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전 총리 측은 "관세 무역 전쟁과 전국 산불 사태 등 시급하고 긴박한 상황에 대응하느라 마 재판관을 즉시 임명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완규·함상훈 후보를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하면서 정상적인 인사 검증 절차를 생략하게 해 직권을 남용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두 인사의 지명의 의사를 밝혔을 뿐 검증과 관련해서는 어떠한 지시도 한 바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조은석 특별검사팀(내란특검)은 한 전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 시절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3인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지연해 직무를 유기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특검은 한 전 총리가 공개적으로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점을 들어 부작위에 의한 직무유기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이러한 행위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 절차를 지연시키고, 윤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선고를 막기 위한 목적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봤다.
한 전 총리의 탄핵 소추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최 전 부총리도 3인 헌법재판관 중 마은혁을 제외하고 정계선·조한창 후보자 2명만 우선 임명해 직무를 유기한 혐의 및 국회 위증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수석, 정 전 실장, 이 전 비서관도 이완규·함상훈을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하면서 정상적인 인사 검증 절차를 사실상 생략하게 해 직권을 남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 전 부총리 측은 "직무유기의 공소사실은 법리적으로 죄가 되지 아니할 뿐 아니라, 그 전제가 되는 사실 관계도 인정할 수 없다"라며 "위증의 공소사실도 모두 자신의 기억대로 진술한 것이지, 허위의 진술을 한 것은 아니다. 공소사실은 모두 부인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