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특검 2라운드…'이재용 무죄' 백강진 재판부에 달렸다


서울고법 형사13부 배당…1심 판단에 충실
도이치 주가조작, 포괄일죄 인정 여부 관건
1심 빠진 방조 혐의, 공소시효 판단에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김건희 씨가 지난해 8월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민중기 특검 사무실에서 조사를 마치고 특검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박헌우 기자

[더팩트ㅣ설상미 기자] 통일교 측에서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받은 김건희 여사의 사건이 항소심 재판부에 배당되면서, 민중기 특별검사팀(김건희 특검)과 김 여사 측의 2라운드 공방이 본격화됐다. 양측은 2심에서 혐의 주요 쟁점을 둘러싼 치열한 법정 다툼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의 자본시장법 위반·정치자금법 위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사건은 서울고법 형사13부(백강진 부장판사)에 배당됐다. 형사13부는 부패 사건을 담당하는 재판부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부당 합병 및 회계 부정 사건과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의 200억대 횡령 및 배임 의혹 등을 심리했다. 이재용 회장 사건은 1심과 같이 무죄, 조현범 회장 사건은 1심 징역 3년에서 징역 2년으로 감형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2심 재판에서는 1심과 같이 징역 5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2심에서 최대 쟁점으로 부상한 김 전 부원장의 구글 타임라인의 증거력을 낮게 보고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증언에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2심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1심의 양형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 주요 사건 판결에 따르면 형사13부도 대체로 이같은 원칙에 충실한 재판부로 평가된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는 지난달 28일 김 여사의 통일교 청탁 관련 알선수재 혐의에 대해서만 일부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했다. 나머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자본시장법 위반)과 명태균 여론조사 무상 제공(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특검은 지난달 30일 "법원의 판단은 법리적으로는 물론 상식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려운 논리로서 도저히 수긍하기 어렵다"고 항소했다. 김 여사 측 변호인 역시 지난 2일 "정치권력이 개입된 왜곡된 수사의 결과는 정치특검임을 자백하는 꼴"이라며 "항소를 통해 위법한 수사를 한 특검에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라고 항소장을 제출했다.

◆핵심 혐의 '도이치 주가조작'...포괄일죄와 '방조죄' 공소시효

2심에서 특검은 김 여사의 주가조작 혐의 입증에 주력할 방침이다. 핵심 쟁점은 여러 범행을 하나의 범죄로 보는 포괄일죄 인정 여부와 방조죄 공소시효다. 김 여사는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고가 매수·허수 매수·통정매매 등으로 8억 원대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1심 재판부는 주가조작을 세 시기로 나눠 판단했다. 2010년 10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거래는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한 반면, 2012년 7월부터 9월까지의 거래는 공범 재판과 특검법 시행 등으로 공소시효가 정지돼 시효는 남아있지만 공동정범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설령 방조죄가 성립할 수 있다 해도 역시 공소시효가 도과해 면소 판결이 선고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특검은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주가조작 범죄는 개별 거래가 아닌 하나의 범죄로 평가돼야 한다"며 포괄일죄 성립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김 여사 측은 "공동정범 성립을 위해 요구되는 핵심 실행행위 분담은 어떤 증거로도 입증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재판부의 방조죄 언급을 놓고도 "김 여사가 자신의 계좌가 시세조종에 이용될 수 있다는 사정을 인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만일 특검 주장처럼 해당 행위가 포괄일죄로 평가되면 공소시효는 마지막 범행 종료 시점을 기준으로 산정돼, 방조죄의 경우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는 판단이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주가조작 사건에 정통한 한 변호사는 "공동정범은 지금 특검의 증거만으로는 입증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방조는 시효 문제를 파고들면 충분히 유죄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이에 특검이 예비적 공소사실로 방조 혐의를 추가할지도 관심을 끈다. 주된 범죄인 주위적 공소사실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후순위 혐의로 기소하는 소송 전략이다. 소속 가수의 마약 혐의를 무마하기 제보자를 협박한 혐의로 기소된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가 2심에서 예비적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된 사례다. 양 총괄은 지난해 7월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자본시장법 위반과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의 혐의를 받는 김건희 여사가 1심에서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받은 지난해 12월 28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선고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박헌우 기자

◆김건희 측 "그라프 목걸이 안 받아"…샤넬 가방도 다툼

통일교 측이 제공한 그라프 목걸이와 샤넬 가방을 둘러싼 판단 역시 항소심의 주요 쟁점이다. 김 여사는 샤넬 가방 2개와 그라프 목걸이 등 8200만 원 상당의 명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이 중 샤넬 가방 1점과 그라프 목걸이를 받은 혐의만 유죄로 판단했다.

김 여사 측은 특히 그라프 목걸이가 실제로 전달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다만 1심 재판부는 건진법사 전 씨와의 관계 등을 근거로 "영부인에게 전달될 물건을 가로채는 대담한 행위를 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김 여사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검은 그라프 목걸이가 통일교 측 현안인 '월드서밋 2022' 행사 장관 참석 요청과 관련한 청탁의 대가라고 봤다. 반면 김 여사 측은 "교육부 장관의 행사 참석은 국회의원 민원으로도 충분히 이뤄질 수 있는 사안"이라며 맞섰다. 김 여사 측은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샤넬 가방 수수 혐의도 "청탁의 대가성이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명태균 영항력 평가...특검 "윤 부부, 당시 당내 기반 부족"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여사는 명 씨에게 2억 7000만 원 상당의 여론조사를 무상 제공받고, 그 대가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여론조사와 관련된 계약서나 지시가 없었으며,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가 여론조사를 통해 취득한 재산상 이익 또한 없다고 판단했다.

특검은 재판부의 판단이 "경선을 앞두고 당내 기반이 부족했던 윤 전 대통령 부부 입장을 몰각한 판결"이라며 "뇌물이나 정치자금 등은 음성적으로 제공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계약서 작성이 요구된다는 것은 상식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 여사 측은 "여론조사 대가로 김 전 의원의 공천을 결정했다는 것도 사실관계에 비춰볼 때 인정될 수 없다"며 명 씨의 여론조사는 윤 전 대통령만을 위해 제공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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