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설상미 기자]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가 국회의원 공천을 대가로 금전을 받았다는 의혹에 1심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명 씨가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공천을 부탁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금전적 대가와 공천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재판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창원지법 형사4부(김인택 부장판사)는 5일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명 씨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에게 받은 세비가 공천의 대가나 사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명 씨는 2022년 6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김 전 의원의 공천을 청탁하고, 그 대가로 김 전 의원에게 세비 절반인 807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특히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의 공천 개입 의혹을 두고 "명 씨가 윤 전 대통령에게 공천을 부탁하고, 윤 전 대통령이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이던 윤상현 전 의원에게 연락한 것으로 보인다"라면서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대가성을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공천 과정이 당의 공식 절차를 거쳤고, 김 전 의원이 자체적인 후보 경쟁력을 갖추고 있었다는 점을 근거로 삼았다. 재판부는 "명 씨의 활동이 김 전 의원 공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공천관리위원회가 토론과 다수결로 결정을 내린 점, 김 전 의원이 여성 우대와 대선 기여도 등으로 경쟁력이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명 씨가 공천에 절대적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른바 공천개입 의혹이 무죄 판단을 받은 것은 사실상 두 번째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 역시 김건희 여사가 여론조사를 무상 제공받는 대가로 공천을 약속했다는 혐의에 대해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명 씨와의 통화에서"내가 '김영선이를 좀 해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언급한 내용에 대해서도 공천권 행사로 보지 않았다. 이날 선고 역시 공천 대가성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김 여사 정치자금법 위반 1심 판단과 궤를 같이한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2021년 6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명 씨에게 2억7000만원 상당의 여론조사 결과를 무상으로 받고 김 전 의원의 공천 청탁을 들어준 혐의(정치자금법을 위반)를 받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윤 전 대통령 측 방어 논리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명 씨의 공천 부탁 정황에도 금전과 공천 대가 사이 연관성을 입증할 물증이 부족하다고 판단하면서다. 이는 명 씨와 김 전 의원 간에 오간 금전을 공천 대가가 아닌 개인적 채무 변제나 생활비로 판단한 것과 동일한 취지다.
한 형사 전문 변호사는 "정치자금법 위반은 금전적 대가성이 명확히 증명돼야 처벌이 가능하다"며 "명 씨가 공천을 부탁했다는 정황만으로는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유죄를 끌어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천이 정상적인 시스템에 따라 이뤄졌다는 피고인 측의 방어 논리를 깰 객관적 증거 확보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시가 실제 공천 결과로 이어졌음을 증명할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특검은 지난달 30일 "경선을 앞두고 당내 기반이 부족했던 윤 전 대통령의 입장을 몰각한 판결"이라며 "명 씨의 부탁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이 공관위원장에게 김 전 의원의 공천을 청탁한 사실이 인정됨에도, 당연한 절차인 공관위 회의를 거쳤다는 점을 무죄 이유로 든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항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