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준영 기자]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공단이 과잉진료 병원을 조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후속 조치를 통해 적정진료를 유도하겠다고 5일 밝혔다. 관련 제도화를 통해 과잉진료 병원 제재 조치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건강보험 재정 위기 대응 차원이다.
정 이사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건강보험공단 영등포북부지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적정진료추진단(NHIS-CAMP)을 운영해 적정진료 문화를 정착시키겠다고 언급했다.
전 국민 의료 보장 기능을 하는 사회보장제도인 건강보험 재정은 정부 제3차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올해 적자전환하고 7년 뒤인 2033년 준비금이 소진된다. 장기요양보험도 올해 적자로 돌아서 2030년 준비금이 고갈된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2028년 건강보험 재정이 고갈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건보공단은 건보재정을 소진시키는 병원 과잉진료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건강보험 지출 증가 요인과 시사점' 보고서는 수가와 행위량이 2019년 기준 진료비 지출 증가 기여도의 77%를 차지했다고 분석했다.
건보공단은 적정진료추진단을 운영해 과다 진료 행위를 한 병원을 선별해 후속조치까지 시행하고 있다. 후속조치는 해당 병원에 질의서 발송, 방문조사, 이의신청 기준개선 제안, 대국민 홍보 등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적정진료추진단은 과다 진료 74건을 분석해 46건에 대해 후속조치했다. 상병별로 필요성이나 효용성이 낮은 진료 행위인데도 시행률이 지나치게 높은 병원을 찾아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임상기준을 검토한 뒤 후속조치하고 있다.
정기석 이사장은 "일산병원에서 그동안 발표해온 표준진료 지침이 있다. 거기에 과도하게 어긋나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협력을 통해 삼가하도록 제재를 가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거냐에 대해서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퇴임 전까지 적정진료추진단을 안정화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과잉 진료 탐지로 "건강보험료를 0.5%~1.1% 정도 올리는 정도의 절감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조만간 진료비 정보공개 시스템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의료비 급증을 초래하는 행위별 의료수가제 등 지불제도 개선 계획과 관련해서는 "의료보험이 들어온 지 50년 동안 이어온 이런 관행적 제도가 갑자기 가치기반 지불제도라든지 이런 걸로 바뀔 수가 있겠냐는 생각이 든다. 대단한 혁신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과연 지불제도 혁신이 가능하겠냐는 생각이 있지만 그렇게 가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행위별 수가제는 의료인의 진료행위 건수마다 가격(수가)을 책정해 진료비를 지불하는 제도로 지불제도 가운데 93% 이상 차지하고 있다.
행위별 수가제로 인한 1차병원의 과잉진료는 건강보험 지출 급증의 주 원인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이 발표한 ‘건강보험 지출 증가 요인과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2019년 의원급 의료기관의 가격 요인 증가는 2009년 대비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증가의 24.9%로 상급종합병원의 가격 요인(17.0%), 종합병원급 의료기관의 가격 요인(14.6%) 보다 컸다. 권정현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의원급 의료기관의 가격 요인이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증가 주요 기여 요인이라는 사실은 의원급 의료기관에 적용되는 행위별 수가제에 변화가 필요함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또한 건강보험공단은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을 규제하는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을 도입해 건보 재정 누수를 막겠다는 방침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 대상 업무보고 자리에서 건강보험공단에 특사경 설치를 지시했다.
정 이사장은 특사경 전문성 우려에 대해 "일반 사법경찰과 건강보험공단이 갖고 있는 인력의 질이 다르다. 우리는 이것만 보고 있다"며 "불법 개설 기관인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 약국만 한정해 집중 수사가 가능하고 이것을 해온 인력들이 53명 있다. 유경험자도 200명 가량 있으며 6개 지역본부 전담 인원들이 지금도 활동하고 있다. 그분들한테 수사권만 주면 즉시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건강보험공단은 올해 3월 전면 시행되는 통합돌봄에서도 중심 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의료와 요양, 지자체를 연결하는 통합돌봄연계추진단(NHIS-PICK)을 운영하고 체계적 돌봄자원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이사장은 "건보공단이 갖고 있는 빅데이터 등으로 발굴을 해 그 분이 가장 필요한 서비스를 연결하는 연계 관리자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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