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계위 무용지물' 의대 증원 규모 계속 줄이는 복지부


복지부, 5차 보정심 27년 585명 증원 보고
보정심 다수 찬성 추계위안 840명과 차이
4차 보정심서도 복지부 총 7261명 제외 제안

보건복지부가 독립 심의기구인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가 심의한 안보다 적은 의사인력 수를 제시하면서 30일 반발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2024년 2월 26일 경기 수원시의 한 대학병원 환자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준영 기자] 보건복지부가 독립 심의기구인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가 추계한 의과대학 증원 규모보다 적은 수를 제시하면서 반발이 커지고 있다.

1일 의료계에 따르면 복지부는 지난 1월 27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제5차 회의에서 2027학년도 의대 증원 규모를 579~585명으로 추진하는 안을 보고했다. 교육 여건을 고려해 의대 규모별로 정원에 상한선을 둬야 한다는 이유다.

하지만 이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의사인력 확충 TF(의사인력 확충 TF) 다수 위원이 찬성하는 추계위 모형 결과인 732명~840명보다 적은 규모다. 앞서 지난달 23일 의사인력 확충 TF 회의에 참여한 다수 위원들은 모형 안정성 차원에서 공급모형 1안 중심으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공급모형 1안에 따른 3개 모형의 2037년 의사부족 규모는 4262명, 4724명, 4800명이다. 여기서 공공의대와 신설의대에서 배출되는 인력 600명을 제외하고 의대 증원 기간인 5년으로 나누면 한 해 증원 필요규모는 732명, 825명, 840명이다. 정부가 제시한 안은 이보다 150~260명 가량 적다.

이를 두고 복지부가 의사인력에 대한 중장기 수급추계를 주기적으로 실시하는 독립 심의기구인 추계위 결론과 보정심 논의 사항을 왜곡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보정심 한 위원은 "복지부는 추계위 심의와 보정심 논의 사안보다 적은 한 해 약 580명 증원을 제시했다"며 "이럴 것이면 추계위를 왜 만든 것인가"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보정심 위원은 "추계위 결론을 정부가 보정심 회의 때마다 줄이고 있다"며 최소한 추계위 모형 중 하나인 연 840명 증원을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환자단체연합회,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한국노총,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으로 구성된 국민중심 의료개혁 연대회의는 성명을 통해 "정부의 ‘연 580명’ 후퇴 안은 초고령화와 인구구조 변화라는 국가적 위기 앞에서 국민 생명과 권리를 지키기 위한 의료개혁이 아니라, 의료계 반발을 달래기 위한 정치적 미봉책으로 전락한 결과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20일 제4차 보정심에서도 2037년 의사인력 최대 부족 수를 4800명으로 논의 규모를 축소했다. 당시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위원장)이 의사 부족수가 최대 7261명인 추계위 모형 제외를 제안했고 표결을 거쳐 이 같이 결정했다. 당시 보정심 참석 위원 21명 가운데 찬성 12명 , 반대 5명, 기권 4명이었다. 보정심은 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이며 정부 위원 7명, 수요자 대표 6명, 공급자 대표 6명, 전문가 5명으로 구성돼 정부가 제안하거나 추진하는 방향으로 표결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는 구조다.

의사인력 부족 규모 전망치는 추계위 단계부터 줄었다. 추계위는 지난해 12월 8일 회의에서 2040년 기준 의사 인력 부족 수가 최대 1만8739명이라고 추산했다. 하지만 마지막 회의에서 최대 의사 부족 수를 1만1136명으로 축소했다. 사진은 1월 27일 서울 국제전자센터에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진행 모습. /이준영

의사인력 부족 규모 전망치는 추계위 단계부터 줄었다. 추계위는 지난해 12월 8일 회의에서 2040년 기준 의사 인력 부족 수가 최대 1만8739명이라고 추산했다. 하지만 마지막 회의에서 최대 의사 부족 수를 1만1136명으로 축소했다. 최대 의사 부족 수가 축소된 것은 추계위원 15명 중 과반인 8명이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료계 추천 인물들인데, 과반 추계위원이 선호하는 모형만 최종 결과에 포함하기로 논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에 의료계 추천 위원들이 기존에 반대해온 '1만8739명 부족' 모형이 제외됐다. 한 추계위원은 "정부가 내놓은 연 580명 증원 규모는 추계위 결론에 미치지 못하는 한참 부족한 증원 규모"라고 말했다.

이에 복지부는 제5차 보정심에서 의대 정원 규모를 결정한 바 없다며 다음주 보정심에서 계속 논의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반면 의협은 근본적으로 추계위 결론이 부적절하다며 이를 바탕으로 한 증원 논의에 반발하고 있다.

의협은 지난달 29일 정례브리핑에서 "결론을 합당하게 내리지 못한 상태로 비전문가들에게 그 결정을 미룬 현실을 초래한 수급추계위 제안 사안은 최소한의 참고자료 이상 어떤 의미도 갖지 한다"며 "그러므로 이를 바탕으로 어떤 증원 수를 책정하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의대 교육 질 저하도 거론했다. 의협은 "24,25 학번이 한꺼번에 수업을 들어야 하는 예과 과정은 대학에 따라 이전 정원의 4배에 이르는 학생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기 힘든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의학교육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려면 정원 규모 변화는 최소화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택우 의협 회장은 지난 27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의대 정원 확대를 반대하는 1인 시위를 진행했다.

보정심은 이르면 다음주 의대 증원 규모를 결정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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