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의 악몽' 김건희 1심 선고 후폭풍… "면죄부" vs "원칙 판결"


특검 구형 15년에 선고는 1년 8개월
'V0' 영향력 배제한 소극적 선고 논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명태균 공천개입, 통일교 청탁·뇌물 수수 의혹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김건희 씨가 지난해 12월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결심 공판에 출석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팩트ㅣ설상미 기자] '대통령 위의 권력'으로 불리며 국정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해 온 김건희 여사에 대한 첫 사법적 판단을 두고 '면죄부' 논란이 일고 있다. 법원이 명품백 수수와 주가조작·여론조사 의혹 등에 엄격한 증거주의를 내세워 구형에 한참 못 미치는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하면서다. 법조계에서는 재판부가 대통령 부인이라는 특수성을 외면한 채 기계적 법리에 빠져 소극적으로 선고했다는 비판과, 증거에 기반해 논거가 탄탄한 선고라는 반론이 충돌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는 지난달 28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및 자본시장법·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여사에게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했다. 알선수재 혐의 일부만 유죄로 선고하고, 나머지 혐의는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민중기 특별검사팀(김건희 특검)이 구형한 15년에 한참 못 미치는 양형이다. 재판부는 선고를 앞두고 "불분명할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와 같은 법의 원칙은 피고인이 권력자라 하여, 혹은 권력을 잃은 자라 하여 다르게 나누어 적용될 수 없다"며 "재판부는 헌법에 의거해 증거에 따라 판단했음을 말씀드린다"라고 밝혔다.

이번 재판의 최대 논란은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무죄 판단이다. 재판부는 김 여사의 계좌를 관리했던 이른바 주가조작 '선수'들의 통정 거래를 두고 "피고인이 시세조종 행위를 위해 이뤄지는 거래로 인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라면서도, 김 여사와 주가조작 세력 간의 '공동정범' 관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의 판단에는 주가조작 선수들이 나눈 문자메시지가 결정적 근거로 작용했다. 판결문에는 2011년 4월경 주가조작 선수들이 김 여사를 의사를 공유하는 '원팀'에서 배제한 대목이 나온다. 주가조작범 민 모씨가 "매수 대기조는 대기만 시켜두냐"라고 묻자, 또다른 공범 김모 씨는 "피아가 분명한 팀은 조금씩 사야지. 김건희 '싸가지 시스터스' 같은 선수들은 말고"라고 답했다.

재판부는 이를 두고 "당시 이들에게는 피고인과 함께 시세조종 행위를 할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은 공모관계에 있는 내부자가 아니라, 그 관계 밖에 존재하는 외부자(거래 상대방)로 취급됐다"고 판시했다. 또한 설령 방조 혐의가 인정되더라도 이미 공소시효가 완성된 것으로 봤다.

◆"자금 제공과 수익 향유" vs "단순 의심으론 부족"

법조계에서는 재판부도 주가조작 범죄를 인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한 김 여사가 자금을 제공하고 상당한 수익을 거둔 점을 고려하면, 공범 성립을 지나치게 좁게 봤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나아가 재판부가 방조 혐의를 공소시효 완성을 이유로 소극적으로 판단한 데에도 비판적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주가조작 사건에 정통한 한 변호사는 "특검법 부칙에 따라 시효가 정지됐다고 볼수 있다는 사실을 재판부 스스로도 인정하고도, 시효가 완성됐다고 마무리한 것은 다소 납득하기 어렵다"라며 "형사소송법 제253조 제2항은 '공범 한 명에 대한 시효정지는 다른 공범자들에게 효력을 미치고 당해 사건의 재판이 확정된 때로부터 진행된다'고 정하고 있는데, 공범들의 유죄가 확정된 상황에서 시효 도과 여부를 소극적으로 판단한게 아닌가 한다"고 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명태균 공천개입, 통일교 청탁·뇌물 수수 의혹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김건희 씨가 지난해 12월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결심 공판에 출석해 있다. /이새롬 기자

◆같은 명품백, 다른 결론… 유·무죄 가른 '청탁 인식 시점'

김 여사가 수수한 두 개의 샤넬 가방에 상반된 판단을 내린 점을 두고도 법조계의 해석이 엇갈린다. 재판부는 2022년 4월 초 수수된 802만 원 상당의 샤넬 가방 수수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당시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당선 직후였다며 가방이 구체적 청탁의 대가라기보다 '당선 축하' 등 의례적인 성격이 짙었다고 봤다.

특히 유엔 제5사무국 한국 유치 등 구체적인 청탁은 가방 전달 이후인 4월 중순부터 시작됐다는 점이 근거가 됐다. 수수 시점에 청탁 내용을 인지하지 못했다면 대법원 판례상 알선수재죄 성립 요건인 대가성 인식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취지다.

반면,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난 2022년 7월 초 수수된 1271만 원 상당의 가방 수수 혐의는 유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가방 전달 전 구체적 청탁이 전달됐고, 김 여사 역시 이를 인지한 상태에서 금품을 받았다고 판단했다.

특히 가방 수수 직후 공여자인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과 통화에서 김 여사가 "여러 가지로 신경 써주셔서 감사드린다"라며 "저희가 여러 가지로 많이 작업을 하고 있다"고 언급한 부분을 두고 청탁 실현을 위한 알선 의사를 드러낸 결정적 근거로 봤다.

하지만 대통령 배우자의 사회적 영향력을 간과한 소극적 해석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정치권에 전방위적인 로비 활동을 지속해온 통일교 측의 특성과 김 여사의 지위를 고려할 때, 알선수재죄의 범위를 더 폭넓게 적용했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청탁이 이루어진 시점(2022년 4월 23일)과 무죄가 선고된 샤넬 가방 1차 수수 시점(4월 7일)이 불과 2주 차이라는 점도 논란이다. 한 형법 전문 변호사는 "대가 관계는 청탁과 금품 수수 전후의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라며 "단순히 청탁 직전에 물건이 전달됐다는 사실만으로 대가 관계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고, 향후 청탁 직전에 금품을 주고받는 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청탁이 2022년 4월 23일에 이루어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불과 2주 전에 건네진 명품백 역시 대가성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라며 "항소심에서 대가성 인정 여부가 뒤집힐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했다.

반면, 재판부가 여론에 휘둘리지 않고 증거에 입각한 엄격한 판단을 내렸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명품 수수 사실관계는 인정되지만, 7월경 샤넬 가방을 전달한 시점부터 청탁 목적이 구체화됐다고 본 재판부의 판단은 알선수재의 법리적 요건인 '일대일 대가성'을 명확히 따진 결과"라고 평가했다.

즉, 4월 수수분은 청탁의 구체적 내용이 드러나지 않은 만큼, 특정 목적을 가진 대가성이라기보다 막연히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의례적 성격으로 볼 수 있다는 취지다.

또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서도 "개별 시세조종성 거래에 관여한 흔적이 전혀 없고, 특히 제3자 계좌에서 발생한 수익금을 김 여사가 전혀 가져가지 았다"라며 "만일 방조범이 성립하려면 본 범죄에 대한 미필적 인식이 필수적인데, 재판부가 언급했듯 단순한 '의심'만으로는 형사처벌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명태균 씨가 개입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무죄도 논란이다. 재판부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명 씨의 통화 녹취록에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이 명확히 언급됐는데도 명 씨의 여론조사 제공을 단순한 영업활동이라고 판단했다.

윤 전 대통령이 명 씨에게 공천관리위원장인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김 전 의원 공천을 요청하겠다고 확약한 사실이 드러났고 윤 의원도 특검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의 전화를 받은 사실을 인정했다. "김영선 공천은 김건희의 선물"이라는 명 씨의 발언도 '망상'이라고 폄하하고 명 씨가 김 여사 공천을 여러차례 부탁한 정황도 오히려 무죄의 증거로 뒤집었다. 피고인에 다소 관대한 해석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민중기특별검사팀(김건희특검)은 지난달 30일 1심 법원의 판단에 심각한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고 유죄 부분에 대한 형도 지나치게 가벼워 양형부당의 위법이 있다며 항소했다. 김 여사 측은 알선수재 혐의 양형이 부당하다며 항소를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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