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선은양 기자] 김건희 여사와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로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에게 실형을 선고한 재판부가 금품 전달 배경에 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승인과 지시가 있었다고 판결문에 적시했다. 윤 전 본부장의 일부 혐의에는 공소 기각 판결을 내리며 특검에 제동을 걸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는 윤 전 본부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청탁금지법 위반, 업무상 횡령 혐의 등을 유죄로 인정했다. 금품 전달이 윤 전 본부장의 개인적 일탈이 아니라 한 총재의 승인 아래 이뤄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윤 전 본부장이 지난 2022년 3월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인을 만난 뒤 이를 보고하자 한 총재가 "매우 좋아하며 눈물이 고여 옆으로 흘렀다"는 진술을 신빙성 있게 받아들였다. 당시 정원주 전 총재 비서실장이 옆에서 환호성과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는 내용도 판결문에 담겼다.
같은 해 6월 무렵 김 여사에게 전달된 목걸이 역시 한 총재의 직접적인 지시에 따른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한 총재가 윤 전 본부장에게 '국모의 위상', '국모의 품격'을 말하며 김 여사에게 목걸이를 선물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말했고, 목걸이 선물을 지시했다"고 판시했다. 이같은 대화는 윤 전 대통령 부부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순방 당시 김 여사가 착용한 목걸이가 언론에 보도된 이후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 총재가 단순한 선물 지시에 그치지 않고 자금 집행에도 관여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통일교 자금은 효정글로벌통일재단과 세계평화통일유지재단 등을 통해 집행됐으며, 모두 한 총재의 승인을 받아야 했다"며 "특별한 자금 지출이 필요한 경우 윤 전 본부장이 매일 아침 한 총재에게 보고해 승인을 받은 뒤 집행했다"고 적었다.
윤 전 본부장이 권 의원에게 전달한 1억 원의 출처도 한 총재로 봤다. 재판부는 통일교 재정국장이자 윤 전 본부장의 아내인 이 모 씨가 한 총재의 '내실'에서 현금을 받아 포장해 전달했다는 진술을 증거로 인정했다.
다만 윤 전 본부장에게 적용된 증거인멸 혐의는 김건희 특검법상 수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그러면서 특검 수사 대상 확대는 신중을 기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윤 전 본부장의 증거인멸 혐의 공소를 기각하며 "특검 수사 대상 규정은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며 "국민적 관심이 지대하다는 이유로 직무 범위를 느슨하게 해석해 수사 대상을 함부로 확대하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 제한의 기본원리인 과잉금지의 원칙과 적법절차의 원리에 반해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특검법은 국정농단이나 선거 개입의 주체로 통일교 측을 전혀 예정하고 있지 않았다"며 "특검이 통일교 전반에 대해 수사 범위를 확대하는 것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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