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선은양 기자]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법원은 "계엄을 만류했다"는 등 그동안 공판 과정에서 한 전 총리 측이 펼쳐온 주장을 대부분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21일 오후 2시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 혐의를 받는 한 전 총리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하고 증거인멸 우려를 이유로 법정 구속했다.
한 전 총리 측은 재판 과정에서 12·3 비상계엄 선포 전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한 것은 계엄 선포를 막기 위한 조치였고 계엄에 반대했다고 줄곧 주장해 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같은 한 전 총리의 행위가 만류가 아닌 외관 형성 목적이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국무회의 심의를 통해 비상계엄 선포의 절차적 요건을 형식적으로나마 갖추도록 함으로써 내란 행위에 있어 중요한 임무에 종사했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이 비상계엄을 만류하려 했다면 원격 영상회의 방식으로 국무회의를 개의해 모든 국무위원이 참여하도록 제안하는 것이 합리적이었으나, 그러한 시도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오히려 피고인은 일부 국무위원만을 선별 소집해 의사정족수를 확보하는 데 관여했고, 특히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재촉하며 소집 이유를 알리지 않았는데, 이는 계엄 관련 국무회의임을 알면 송 장관이 오지 않아 의사정족수가 충족되지 않을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들에게 서명을 요구한 이유는 통상적인 확인 절차였다는 한 전 총리 측 주장도 배척했다.
재판부는 통상 국무회의에 수기 서명 절차가 없다는 점을 들어 해당 서명이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인 비상계엄 선포에 필요한 부서 외관을 형성하려는 시도라고 봤다.
사후에 작성된 비상계엄 선포문 표지가 사실과 부합해 허위 공문서로 볼 수 없고, 허위 인식이 없었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해당 표지가 마치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사전에 부서한 문서에 의해 계엄이 선포된 것처럼 절차적 정당성을 가장하는 기능을 갖고 있고, 실제와 부합하지 않아 허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은 작성일을 소급한 문서를 허위로 작성한 것이 알려지면 논란이 되리라는 것도 인식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내가 서명한 것을 없었던 것으로 하자'는 취지로 폐기를 요청했고, 그 요청과 윤 전 대통령의 승인 아래 문서가 파쇄된 점 등을 비춰볼 때 대통령 기록물 및 공용 서류를 손상한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재판 내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한 한 전 총리의 태도도 꼬집었다. 한 전 총리가 지난해 11월 결심공판 사과했지만 발언의 진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한 전 총리가 윤 전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 증인으로 나와 '계엄 선포문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위증한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며 "피고인의 학력·경력·지위 등을 종합했을 때 불과 약 3개월 만에 문건 교부·배포 상황을 기억하지 못했다는 주장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재판 과정에서 대통령실 CCTV 등 객관적 증거가 제시됐음에도 허위 진술을 번복하거나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등 진실을 은폐하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로 일관했다"며 "이로 인해 사회의 정치적 갈등과 분열이 더욱 심화됐고, 그 상처가 쉽게 봉합되기 어렵게 됐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피고인은 증거조사를 통해 범죄 사실이 드러난 뒤에야 최후진술에서 사과 취지의 발언을 했다"며 "그 사과의 진정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진지한 반성이나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도 확인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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