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해인 기자] 12·3 비상계엄을 '내란', '친위 쿠데타'라고 규정하며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중형을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 재판장 이진관 부장판사는 그동안 내란 재판에서 단호하고 엄정한 소송 지휘를 이어왔다. 법정에서 윤석열 정부 국무위원들에게 '계엄을 말려야 했다'는 취지로 책임을 묻는 발언도 여러 차례 나왔다.
이 부장판사는 21일 내란 중요임무 종사,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 혐의를 받는 한 전 총리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조은석 특별검사팀(내란특검)의 구형량인 징역 15년보다 무거운 형이다.
이 부장판사는 이날 비상계엄을 놓고 "내란행위에 해당한다"며 "국민이 선출한 권력자인 윤석열 전 대통령과 그 추종세력에 의한 '위로부터의 내란'에 해당한다"며 "이런 형태의 내란은 이른바 '친위 쿠데타'라고도 불린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위로부터의 내란' 위험성 정도가 '아래로부터의 내란'과 비교할 수 없어 무거운 형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이어 "내란 과정에서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고 내란 행위 자체는 몇 시간 만에 종료되기는 했다"면서도 "그러나 이는 무엇보다도 무장한 계엄군에 맨몸으로 맞서 국회를 지켜낸 국민의 용기에 의한 것"이라며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약 6초간 말을 잇지 못하던 이 부장판사는 안경을 고쳐쓰며 "내란 가담자에 대한 형을 정하는 데 있어 피해 발생이 경미했다거나 짧은 시간 진행됐다는 사정을 깊이 고려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선고에 앞선 재판 과정에서도 이 부장판사는 소송지휘권을 적극 행사하는 면모를 보였다. 재판에 출석한 국무위원들에게 '돌직구'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 부장판사는 지난해 10월 한 전 총리의 3차 공판에서 한 전 총리에게 내란 방조 혐의만 적용한 특검팀에게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선택적 병합하는 형태로 공소장 변경을 검토하라"고 요구했다. 이 부장판사는 이날 방조 혐의보다 더 무거운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또 그는 지난해 11월 24일 한 전 총리의 피고인 신문에서 "윤석열이 대접견실을 나가서 비상계엄 선포하러 가는 걸 말리지도 않지 않았느냐"고 질책했다. 한 전 총리가 "비상계엄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난 사십몇 년 동안 없었고"라고 해명하자 이 부장판사는 "그걸 윤석열한테 말씀하지 그랬습니까. 비상계엄 하기 전에"라고 재차 지적했다.
같은달 7일 박상우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증인으로 출석해 "국무위원도 비상계엄의 피해자"라고 주장하자 "국민 입장에서 장관이면 국정운영에 관여하는 최고위급 공직자다. 법적 책임을 떠나 그 발언이 적절하나"라고 꼬집었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같은달 17일 증언거부권을 행사하자 "경제부총리와 원내대표도 지내셨다. 더 당당한 모습을 보일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증인 선서 의무를 위반하거나 법정 질서를 훼손한 경우에도 즉각 조치를 취했다.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증인으로 불출석하자 과태료 500만원을 각각 부과했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증인 선서를 거부하자 "형사재판에서 선서 거부는 처음 본다"며 과태료 50만원을 물렸다.
김 전 장관의 변호인 이하상·유승수·권우현 변호사가 법정에서 소란을 피우고 재판부에게 고성을 지르자 감치 명령을 두차례 내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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