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설상미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 사건의 1심 선고가 내달 19일로 예고됐다. 사형과 무기징역 선고 관측이 엇갈리는 가운데, 최종 판단은 지귀연 부장판사가 이끄는 재판부의 손에 맡겨졌다.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지난 14일 1심 선고 기일을 내달 19일로 지정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한 지 444일 만에 선고되는 셈이다. 지 부장판사는 이날 "재판부가 최대한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을 위해 노력했지만 미비한 점도 많았을 것"이라며 "이 사건의 결론은 오직 헌법과 법률, 그리고 증거에 따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조은석 특별검사팀(내란특검)은 지난 13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 결심 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특검은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무장군인 난입과 언론사 단전·단수 시도 등 우리 헌정사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운 '반국가 세력'에 의한 중대한 헌법 질서 파괴 사건"이라고 밝혔다.
특히 특검은 비상계엄 선포로 국정 혼란과 막대한 국민 불편을 불렀는데도 윤 전 대통령이 반성과 사과를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특검은 "국민이 받은 충격과 공포, 불안, 상처,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고, 피고인들이 그 어떤 노력을 하더라도 회복이 불가능하다"라며 "자신의 행위가 헌법질서가 중대한 침해를 초래하는 것에 대해 성찰이나 책임 인식을 보이고 있지 않고, 자유민주주의 통치 행위라고 견강부회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피고인 윤석열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가와 사회의 엄청난 피해와 해악을 초래한 이 사건 내란 범행을 진지하게 반성하기는커녕, 국민에게 단 한 번도 제대로 사과를 한 적이 없다"라며 "오히려 독재와 장기 집권을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원인을 야당 탓으로 돌리고, 경고성 또는 호소용 계엄 등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을 했다"고 꾸짖었다.
반면 윤 전 대통령은 특검의 구형 후 약 90분간의 최후 진술을 통해 비상계엄은 '야당의 망국적 패악'에 대해 "국민들이 감시와 견제를 해달라는 호소였다"며 그간 주장해온 '계몽령' 논리를 반복했다.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은 주권자들이 정치와 국정에 관심을 가지고 망국적 패악에 대해 감시와 견제를 해달라는 호소였다"라며 "많은 국민과 청년들에게 비상계엄은 나라의 심각한 상황을 깨우치게 해준 계몽령이 됐으며, 이는 국가 위기 상황에서 불가피한 대통령의 헌법상 결단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소장은 객관적 사실과 기본 법상식에 맞지 않는 망상과 소설"이라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1심 선고는 윤 대통령이 헌법기관의 권능을 무력으로 배제하려 했는지 여부가 내란죄 성립의 핵심 판단 기준이 될 전망이다. 재판부 선택지는 무죄,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 등 네 가지다.
지금으로서는 윤 전 대통령에게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지난 16일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사건 1심 선고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백대현 부장판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체포 혐의 등과 관련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특히 재판부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과 체포·수색영장 적법성을 인정해 내란죄 판단의 장애물을 제거했다. 윤 전 대통령이 노렸던 '공소기각'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진 것이다. 국무위원의 심의권를 침해한 직권남용 혐의와 사후 작성된 계엄선포문의 허위 공문서 작성죄를 유죄로 판단하면서 비상계엄의 절차적 위법성도 명확히 했다. 이는 내란죄의 구성요건인 '국헌문란의 목적'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향후 재판에서 유죄 판단 가능성을 높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조계 내에서는 내란 우두머리 혐의 유죄 판결에는 무게를 두면서도 사형 선고 여부에 대해서는 재판부의 부담과 사회적 파장을 이유로 신중론이 우세하다. 사형 선고가 사회적 갈등과 분열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점도 주요 고려 요소로 꼽힌다.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사형 선고의 부작용을 지적했다. 한 교수는 "정치적·사회적 파장을 고려하면 형벌의 실효성 측면에서는 무기징역이 더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며 "사형은 상징적 효과가 있지만 추종 세력을 결집시키는 순교자 효과를 낳을 수 있고, 사형 선고나 집행 자체가 장기간 정치적 상징으로 각인된다"고 지적했다.
전두환 일당 등 12·12 쿠데타 등 과거 내란 사건과의 비교, 1997년 이후 사형을 집행한 적 없는 사실상 사형제 폐지국가라는 점도 신중론의 배경이다.
법무법인 혜인 김배년 변호사는 "유혈사태에 이르지 않았고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를 절차에 따라 수용했으며, 사태가 몇 시간 만에 종결된 점과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도 최종적으로 무기징역이 선고된 전례를 고려하면 사형보다는 무기징역 선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 형사법 전문 변호사는 "재판부는 정치적 고려를 배제하고, 오직 엄격한 증거와 법리에 입각해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하게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다만, 사실상 사형제가 폐지된 상태라 실제 사형을 선고할지는 지켜볼 문제"라고 했다.
또 다른 형사법 전문 변호사 역시 "사실상 국회 해산을 목적으로 한 것으로 보이는 포고령의 내용과 계엄군을 동원해 의사당 진입을 시도한 정황 등을 고려하면 내란 우두머리 혐의가 유죄로 인정될 가능성은 높다"면서도 "사형 선고는 재판부로서도 다소 부담스러워 검찰의 구형대로 사형이 선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지귀연 부장판사의 재판 운영 방식이 통상적인 관행과는 결이 다른 만큼, 최종 선고 역시 쉽게 예단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절차적 정당성을 중시하면서도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단호한 판단을 내려온 기존 재판 스타일을 고려할 때, 형량 선택 역시 단순한 관측을 벗어날 가능성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지 부장판사는 지난해 3월 공수처가 구속한 윤 전 대통령의 구속기간을 '날'이 아닌 '시간' 단위로 산정해야 한다며 구속 취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윤 전 대통령은 공수처 체포 52일 만에 석방됐다. 법조계에서는 이 결정을 두고 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