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명주 기자] # 장애인단체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뇌병변장애인 조모(42) 씨는 출근 이후 퇴근까지 생리대를 교체하지 못한다. 화장실에서 생리대를 교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월경혈이 새어 속옷과 바지에 묻을 걱정에 결국 조 씨는 생리대와 기저귀를 이중 착용하고 출근길에 나선다.
장애여성들이 월경 시 불편한 환경과 비용 부담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부분의 장애인 화장실은 간이침대가 없어 생리대를 교체하기 어려운 데다 잦은 교체가 필요한 장애여성 특성상 비용도 일반여성에 비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생리대 지원 정책과 연·월차 등 장애여성의 월경권 증진 대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더팩트>가 찾아간 서울 영등포구 장애인복지시설 이룸센터 2층 여성 장애인 화장실 안에는 노란색 간이침대가 좌변기 옆에 놓여 있었다. 세로 170㎝, 가로 50㎝로 성인 여성이 눕기 충분했다. 높이 30㎝로 낙상 등 위험도 적었다. 문제는 모든 장애인 화장실에 장애인들이 누워서 또는 엎드려서 생리대를 교체할 수 있는 간이침대가 있지 않다는 것이다.
조 씨와 같이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은 간이침대가 있어도 생리대를 교체하기가 녹록지 않다. 장애인근로지원사의 도움을 받지만 한계가 있다.
조 씨는 "집에서는 엎드려서 교체하는데 밖의 화장실은 바닥이 더럽다. 간이침대가 있는 화장실을 찾기 힘들다"며 "반나절 이상 찝찝한 기분과 고통을 겪는다"고 말했다. 이어 "다리가 벌어져야 하는데 모아져서 생리대가 구겨지고 접힌다"며 "그렇게 되면 월경혈이 옷에 묻어 차라리 밖에서는 갈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생리대 교체 도움을 받는 게 부담스럽다는 반응도 있다. 장애인단체 활동가로 일하는 뇌병변장애인 김모(45) 씨는 "활동지원사가 생리대 교체해 줄 때 표정을 찡그리거나 비위를 상해해서 불편했던 경험이 있다"고 털어놨다.
생리대 비용도 걱정거리다.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의 경우 종일 앉아 있기 때문에 흡수성이 뛰어나고 면적이 넓은 생리대가 필요하다. 길이 21㎝ 소형, 24~25㎝ 중형이 아닌 42㎝의 오버나이트형이나 입는 생리대를 주로 착용한다. 그러나 가격 부담에 성인용이나 아기용 기저귀를 사용한다는 것이 장애여성들의 설명이다.
장애인 인식 교육 개선 강사로 일하는 지체장애인 김모(39) 씨는 한 달에 생리대 관련 비용으로 약 5만 원을 지출한다. 성인용 기저귀 18개입 2만 원짜리 2묶음, 아기용 일자형 기저귀 20개입 5000원짜리 2묶음을 산다. 비장애인 여성의 한 달 생리대 비용 1만~1만5000원보다 크게 5배가 든다. 한 달 월급 90만 원으로 주거비, 식비 등을 감당하는데 월급의 약 5.5%가 생리대 관련 비용에 쓰이는 셈이다.
김 씨는 "중형은 작아서, 오버나이트형은 비싸서 못 쓴다"며 "생활이 빠듯한데 생리 때마다 5만~6만 원 정도 써 걱정이 있다. 필수품이니 어쩔 수 없다는 심정으로 구매한다. 나라에서 비용을 지원해 주면 좋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상담사로 일하는 뇌병변장애인 이모(52) 씨 역시 "가만히 있지 못해 생리대가 움직여서 자주 갈아야 한다"며 "한 달에 56만 원을 버는데 6만 원어치를 사서 두 달 쓴다"고 전했다.
성평등가족부는 현재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생계·의료·주거·교육 급여 수급자와 법정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족지원법에 따른 지원 대상 가구의 여성청소년(만 9~24세)에게 월경용품 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연 16만8000원의 월경용품 이용권(바우처)를 지원한다. 자격 요건이 되는 여성청소년 장애인을 제외한 성인 장애여성을 대상으로 한 월경용품 사업은 전무하다.
성평등가족부는 "청소년복지지원법에 따라 청소년에 한해 지원하고 있다"며 "장애여성은 복지 전달체계를 고려해 어느 부처에서 지원하는 것이 효율적인 방안인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도 장애여성 월경 관련 사업은 추진하고 있지 않다.
이에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공공운수노조)와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노동·장애·여성단체들은 연대해 기자회견을 여는 등 장애여성 생리대 지원 정책 수립을 촉구하고 있다.
김은선 사단법인 희망씨 상임이사는 "발달장애인의 경우 감각이 민감해서 생리대를 자주 교체하고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은 입는 생리대를 쓰는데 가격이 매우 비싸다. 시각장애인의 경우 더 많은 점자 생리대가 필요하다"며 "월경용품 지원 등 정부가 장애여성의 월경권에 관심을 갖고 전반적으로 지원할 방안을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장애여성의 월경권 증진을 위해 월경용품 지원책, 연·월차 제도, 장애인 화장실 편의성 증진 등 다양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지혜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부가 장애여성들이 겪는 월경용품 비용 문제를 해소하는 지원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화장실에 간이침대를 구비하는 것도 좋지만 보다 현실적으로는 근로장애인들의 특성을 고려한 근무 여건 조정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월경뿐만 아니라 병원 검진 등 장애인들이 특정일은 근무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재택근무, 장애 연·월차 등 근무 유연화 제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