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민주평통 간부 '보조금 부정 수령' 의혹…영등포구, 뒤늦게 행정조치 검토


지자체 보조금 허위견적서로 비용 부풀려 차액
'판단 불가'에도 민원 종결…논란 일자 추가 조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영등포구협의회 전 간부가 허위 견적서를 작성해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부정 수령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관할 지자체인 영등포구는 민주평통 담당 부서에서 자체 조사를 진행한 뒤 진위 여부 판단도 하지 않고 사실상 조사를 종결해 논란도 일고 있다. /민주평통

[더팩트ㅣ이다빈 기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영등포구협의회 전 간부가 허위 견적서를 작성해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부정 수령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관할 지자체인 영등포구는 민주평통 담당 부서에서 자체 조사를 진행한 뒤 진위 여부 판단도 하지 않고 조사를 종결했다가 뒤늦게 행정조치를 검토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9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평통 영등포구협의회 전 간부 A 씨는 지난 2024년 11월19일 열린 '북한이탈주민과 함께하는 사랑의 김장 나누기' 행사 비용으로 총 603만2000원 견적서를 작성, 제출했다. 김치 120박스 600만원과 박스·포장재 3만2000원 등이었다.

민주평통은 해당 금액을 식품업체에 송금했다. 하지만 당시 행사 실제 견적은 배추 94박스 197만4000원과 양념 32개 256만원 등 총 453만4000원이었다. 견적서와 실제 비용이 달랐던 것이다. 차액 149만8000원은 같은 해 11월28일 A 씨 명의 개인 계좌로 이체됐다.

특히 A 씨가 허위 견적서를 작성해달라고 식품업체에 요청한 정황도 드러났다. 식품업체 측은 민주평통 관계자와의 통화에서 "실제 금액보다 높여서 들어가는 게 분명히 있었다"며 "그때도 (민주평통) 견적과 실제 견적이 약간 차이가 있었고, 그렇게 (다르게) 정리해주면 좋겠다 요청이 있었다"고 말했다.

행사 비용은 영등포구청 예산으로 지원받은 지자체 보조금이었다. 민주평통은 대통령에게 평화통일 정책과 관련해 건의하거나 자문하는 등 헌법에 근거한 대통령 직속 자문기관이다. 지역 협의회는 행사 관련 관할 지자체에 지원금을 요청하고 지자체는 심사를 거쳐 보조금을 교부한 뒤 추후 영수증 등 증빙 내역을 제출받아 확인한다.

영등포구에는 A 씨의 부정 수령 의혹 감사를 요구하는 민원이 접수됐다. 구청은 민주평통 보조금 관리 및 지역 행사 협력 등을 담당하는 자치행정과에 조사를 맡겼다.

영등포구청 /영등포구

자치행정과는 조사 결과 A 씨가 2024년 11월28일과 29일 두 차례에 걸쳐 민주평통 명의 계좌로 금액을 전액 반환했다는 이유로 부정 수령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민원인에 구청장 직인이 찍힌 조사 결과 통보서도 보냈다.

하지만 부정 수령 여부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사는 A 씨와 민원인 진술에만 의존했다. A 씨는 시세 차익 때문에 견적서와 실제 비용에 차이가 발생한 것이라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치행정과는 허위 견적서와 시세 차익의 진위 여부는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판단을 유보했다. 사실관계가 명확히 파악되지 않았음에도 추후 비용을 돌려받았다는 이유만으로 감사 요청 등도 없이 조사를 사실상 종결한 것이다.

구는 "진술과 제보를 통해 제공된 입출금 내역으로 확인했다. 우리가 보조금 집행 내역은 확인해도 보조금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등을 파악하기 위해 계좌 내역을 요구할 권한은 없다"면서 "당시 현물을 확인할 수도 없고 A 씨의 주장이 사실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어렵다. 어떤 의도를 갖고 돈을 만들었다고 판단하는 건 권한 밖의 일"이라고 해명했다.

민주평통 담당 부서 자체 조사만으로 종결한 이유를 두고는 "감사담당관실은 모든 부서를 감사할 수 있지만, 자치행정과에서 보조금을 포함한 민주평통 관리·감독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 조사를 한 것"이라며 "명확한 횡령이나 유용이라면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하지만, 돈을 반환했고 금액이 크지 않기 때문에 고발할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구의 보조금 관리 부실도 지적된다. 보조금 집행 내역을 사후 점검하는 과정에서 부정 수령 의혹을 포착할 수 있었지만, 증빙 내역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구는 <더팩트> 취재 이후에야 뒤늦게 민주평통의 보조금 집행 과정 전반에 대한 추가 조사에 나섰다.

구는 "보조금 집행 시 사후 처리하기 때문에 세부 사항 확인에 한계가 있었다. 보조금으로 별도의 차익이 생기고 돈이 집행된 단체로 잘못 들어가는 등 보조금 사업 집행에 부적절한 부분은 있다"며 "추가 조사 후 보조금을 환수하거나 단체에 경고, 보조금 사업 참여 제한 등 행정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평통 역시 뒤늦게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다. 민주평통 관계자는 "최근 부정 수령 의혹을 인지했다. 당시 관련자들에게 그런 일이 있었는지 확인 중"이라며 "A 씨에게는 재료비 변동이 있었고, 돈을 반납했다는 답변을 들었다.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살펴봐야 하기 때문에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A 씨는 부정 수령 의혹을 묻는 질문에 "당연히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며 "구청 조사에서 소명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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