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다빈 기자]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의 정치인 금품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통일교의 대표적 정치권 후원 창구로 지목된 산하 단체 핵심 관계자들을 연달아 조사했다. 한학자 통일교 총재를 이번 의혹의 정점으로 판단한 경찰은 한 총재의 전 비서실장 정원주 씨에 대한 압수수색도 벌였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전담팀은 31일 오전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의 금품 수수 의혹과 관련해 정 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전 전 장관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에게서 한·일 해저터널 등 통일교 현안 관련 청탁과 함께 현금 2000만원과 1000만원대 명품 시계를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뇌물수수 등 혐의로 입건된 전 전 장관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통일교 산하 단체 고위급 간부들에 대한 조사도 이어가고 있다. 경찰은 이날 오전 세계피스로드재단 이사장 박 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렀다. 박 씨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송치된 송광석 씨가 맡았던 천주평화연합(UPF)과 남북통일운동국민연합(국민연합) 한국회장도 역임했다.
경찰은 박 씨를 상대로 UPF와 국민연합, 세계피스로드재단의 활동과 목적은 물론, 통일교 산하 단체들의 정치권 로비 정황 등을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통일교가 한·일 해저터널과 천정궁·천원궁 건립 추진 청탁을 대가로 국회의원들에게 정치자금을 불법 후원한 것으로 보고 있다. 후원금은 UPF와 국민연합 등 통일교 산하 단체 자금에서 조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계피스로드재단은 한·일 해저터널 사업 추진을 담당하고 있다.
경찰은 전날 통일교 한국협회장인 송모 씨와 전 선문대학교 총장인 황모 씨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송 씨는 UPF 대륙의장, 선학학원 이사장 등을 지냈고, 지난 8월부터 통일교 한국협회장에 취임했다.
황 씨는 지난 2012년부터 2023년까지 통일교에서 설립한 선문대 총장을 역임, 이후 국민연합 의장으로 취임했다. 과거에는 세계일보 부회장, 통일교 한국회장 등 통일교 내 주요 직책을 맡았다.
특히 송 씨는 지난 11일 "조직 차원에서 정치 권력과 결탁하거나 특정 정당을 지원해 이익을 얻으려는 계획이나 의도를 가진 적이 없다"며 "법정 진술로 파문을 일으킨 윤 전 세계본부장의 행위는 개인의 일탈이었지만, 이를 감지하고 차단하지 못한 것은 조직의 관리 책임"이라는 내용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에 앞서 경찰은 전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한 총재와 윤 전 본부장, 정 씨, 송광석 씨 등 통일교 핵심 인물 4명을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 2019년 초 여야 국회의원 11명에게 불법적으로 1인당 100만~300만원의 후원금을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전 전 장관과 임종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 등이 통일교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의혹과 관련해 통일교 천정궁 등 10곳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통일교 산하 단체 자금이 여야 국회의원들에게 기부금으로 전달된 정황을 파악했다. 이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공소시효 7년이 임박한 사건을 우선 송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