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조채원 기자] 교육부가 2027년부터 국가장학금 Ⅱ유형을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대학가의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학생·학부모의 의견 수렴이나 설명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고, 폐지 이후 등록금 인상을 통제할 뚜렷한 안전장치도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전국 100여 개 대학 총학생회로 구성된 전국총학생회협의회(총학협의회)는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등록금 포럼을 열고 국가장학금 Ⅱ유형 폐지 결정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국가장학금 Ⅱ유형은 정부가 대학에 지원금을 내려 대학이 자체 기준에 따라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2012년부터 등록금을 동결·인하한 대학에 한해 Ⅱ유형을 지원했다. 사실상 등록금 인상을 억제하는 장치로 기능해 온 셈이다. 그러나 대학 재정난이 심화되면서 Ⅱ유형이 등록금 인상 제어 장치로서 실효성을 상실했다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실제로 올해 전국 193곳 대학 중 136개교(70.5%)는 Ⅱ유형 지원을 받지 못하는 불이익을 감수하고도 등록금을 인상했다.
Ⅱ유형이 폐지되면 재정난을 호소해 온 사립대학은 매년 법정 상한선(소비자물가 상승률 1.2배)까지 등록금을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 인상분은 '복리'로 고스란히 학생·학부모 부담이 된다. 최종규 총학협의회 사무총장은 이날 포럼에서 "2027년부터 시행될 Ⅱ유형 폐지 정책은 사회적 합의가 충분히 선행되지 않을 뿐 아니라 등록금 인상에 대한 근본적 안전장치가 결여된 상태에서 추진되고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 사무총장은 "장기간 등록금 동결로 대학 재정 여건이 악화됐다는 점은 학생들도 일정 부분 체감하고 있다"면서도 "문제는 그 재정적 부담을 감당하는 주체가 학생으로만 한정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대학에 재정 위기가 존재한다면 책임 역시 법인과 대학본부의 자구적 노력, 국가의 고등교육 재정 책임 강화와 함께 종합적으로 논의돼야 한다"며 "교육부 차원에서 등록금 인상 이후 약속 이행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 개선 방안이나 등심위의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한 거버넌스 개편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생 단체들은 현행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 구조상 학생위원 비중이 낮아 실질적인 견제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재정난의 책임이 학생에게만 전가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은 사립대 법인의 재정 기여 실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대학교육연구소가 올해 2월 발표한 ‘2010~2023년 사립대학 법인전입금 실태 분석’에 따르면, 지난 14년간 사립대 법인의 재정 기여도는 사실상 정체 상태다. 법인전입금은 사립대학을 설립·운영하는 학교법인이 대학 운영을 위해 학교회계로 이전하는 재원을 말한다. 분석에 따르면 수입총액 대비 법인전입금 비율은 2010년 3.9%에서 2014년 4.8%로 상승했지만, 2018년 이후 다시 3%대로 하락했다. 2023년 기준 법인전입금 비율은 3.9%로 2010년과 동일했다.
금액 기준으로 보면 4년제 대학 법인전입금 총액은 2010년 6124억 원에서 2014년 8699억 원으로 늘었지만 2023년에는 7367억 원으로 감소했다. 10년 전인 2014년에 비해 오히려 1332억 원 줄어든 것이다. 연구소는 "사립대학 법인이 자구 노력은 회피한 채 등록금 인상만으로 재정난을 해결하려 하고 있다"며 "정부 또한 법인의 책임을 견인하기 위한 정책을 생산하고 법령과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Ⅱ유형 폐지를 둘러싼 우려에 대해 '정책 기본 방향은 학생·학부모의 학비 부담 경감에 있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 수 감소, 새로운 교육 분야 투자 필요성, 대학 재정 여건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등록금 정책 방향과 Ⅱ유형의 실효성에 대해 재검토하게 된 것"이라며 "그간 등록금 동결 기조 속에서도 교육부는 장학금 확대 등 학생들의 학비 부담을 낮추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립대학 법인의 책무성이 담보돼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공감한다"며 "등록금 관련 규제를 합리화하는 과정에서 등심위 운영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면 적극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 '의견 수렴 절차가 부족했다'는 지적에는 "등록금 문제는 올해 일회성 사안이 아닌 만큼, Ⅱ유형 재검토 논의도 학생·학부모 단체와 대학 현장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며 "앞으로도 실무 차원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청취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