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조채원 기자] 내년 3월 전면 시행을 앞둔 학생맞춤통합지원법(학맞통법)을 두고 교사노동조합연맹·전국교직원노동조합·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 교원 3단체가 모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교원단체들은 "학교 현실과 심각하게 괴리된 제도"라며 법 개정과 체계 전반 재정비 없이 시행을 강행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교사노조 등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맞통에 대해 "교육적 지원을 넘어선 과도한 개입이라 평가한다"며 "총괄할 인력도 예산도 없는 탁상행정에 불과한 현행 정책의 적용은 전면 유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초등교사노동조합 등 24개 교사노조 가맹 단체가 참여했다.
2025년 1월 제정된 학맞통법은 교육·복지·보건을 연계해 위기 학생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교원단체들은 법률과 하위 규정에 담긴 구조가 학교의 역할과 책임을 과도하게 확대하고 있고, 이를 뒷받침할 인력과 예산·행정체계가 마련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이보미 교사노조 위원장은 이날 "해당 법률은 학교장의 판단 없이 기준과 절차에 따라 학생을 지원대상학생으로 반드시 선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학교를 무력화시키고 모든 요청을 수용하는 심부름센터로 전락시킨다"고 비판했다. 이 이원장은 "서울시교육청을 제외한 다수 시·도교육청은 조직 개편조차 이뤄지지 않았고, 법에서 규정한 학생맞춤통합지원센터 역시 설치됐더라도도 실질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라며 "센터가 이름만 존재하는 형식적 조직으로 운영된다면 그 부담은 다시 학교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교사노조는 학맞통의 구성·운영·결정 권한을 학교가 아닌, 전문성과 공공성을 갖춘 교육지원청 중심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제도가 현장에서 과도하게 해석·운영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삼았다. 고요한 초등교사노동조합 위원장 권한대행은 "교사가 직접 식품을 조리해서 아침밥과 방학 중 점심을 제공한 사례, 머리를 감지 않는 학생을 위해 미용실과 제휴를 맺고 바우처를 지급한 사례 등이 우수사례로 꼽힌다"며 "이것이 교육과정에 따라 모든 아이들을 가르쳐야 할 교사들이 할 일이 맞느냐"고 반문했다.
앞서 한국교총과 전교조도 제도의 졸속 시행에 대한 우려를 표한 바 있다. 교총은 지난 11일 "학맞통 전면시행 준비 부족에 대한 우려가 높아 제2의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 고교학점제와 같이 학교현장의 거센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교총은 제도에 대한 명확한 안내, 준비 기간, 인력·예산 확보 등 사전 조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법 개정 등을 통해서라도 준비기간을 충분히 확보해 단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전교조는 입법 단계에서부터 학맞통법의 구조적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전교조는 전날 성명을 내 "지난해 국회 논의 과정에서부터 이 법안의 일부 내용이 학교가 해야 할 일과 국가·지방정부가 책임져야 할 일이 구분되지 않은 채 학교로 집중될 위험이 크고, 예산과 인력 지원 없이 책임만 강제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했다"며 "현재까지도 법의 취지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 조건들이 전혀 갖추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교육부가 제시한 운영 모델은 형식상 부서·위원회 중심 구조를 취하고 있으나 실제 현장에서는 업무담당 교사 1인에게 실무와 책임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졸속 추진으로 제도의 취지마저 훼손하는 길을 멈춰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