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준영 기자] 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의약품 도매업을 금지하는 약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제동이 걸렸다. 의료소비자인 환자들과 의료계는 비급여 의약품 처방 오남용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며 법안 처리를 촉구하고 있지만 벤처업계는 산업 발전에 저해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해당 법안은 지난 11월 국회 상임위원회인 보건복지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지만 본회의 상정이 보류되고 있다. 법안은 비대면 진료 중개업자의 의약품 도매상 겸업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해당 법안을 대표 발의한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개업자에 도매상 겸업을 허용할 경우 의약품 오남용, 도매상과 플랫 간 이해관계 일치로 특정 품목으로 처방·조제 쏠림, 합리적인 약 선택 왜곡 등 소비자와 환자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입장이다.
사실상 유일한 비대면 진료 플랫폼 닥터나우는 자사 도매몰을 통해 의약품을 구매한 제휴약국에 대해서만 앱 화면에 ‘재고 확실’ 배지를 제공해 약국으로 환자 유인 및 약국 간 차별을 두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가운데 의약품 도매상을 겸하는 기업은 닥터나우가 현재 유일하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도 해당 법안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반면 닥터나우, 벤처업계, 일부 의원들은 겸업 금지는 지나치다며 법안에 반대하고 있다.
벤처기업협회는 최근 성명을 내고 "시장 진입 자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이번 개정안이 타당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불공정 행위가 문제라면 사업을 금지하는 방식이 아니라 사후 규제 중심의 대응이 타당하다"며 "약사법에 비대면진료 중개업자를 추가할 경우 의약품 도매업 영위와 무관하게 플랫폼의 지위를 활용해 의약품 채택을 유도하거나, 그에 대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도 모두 규제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의료 소비자인 환자들과 시민단체들은 비대면 진료 상업화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법안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비대면진료 플랫폼이 특정 약국·의약품과 연계해 환자를 유인할 경우 의료 상업화를 심화시키고, 환자의 약국·의약품 선택권을 침해하며 불필요한 약물 사용을 조장할 위험이 있다"는 의견이다.
김윤 의원실에 따르면 닥터나우 운영 이후인 지난 3월부터 10월 사이 비급여 의약품 취급은 공급액 기준 95.5%에 달했다. 의약품 도매상의 평균 비급여 의약품 취급 비중 12%와 차이가 크다. 닥터나우 온라인 도매몰이 취급한 비급여 의약품은 다이어트약(72.7%), 탈모약(22.6%)이 가장 많았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지금도 닥터나우가 전문약 광고, 원하는 약 처방받기 등으로 의약품 처방 오남용을 부추기고 있다"며 이는 부당청구로 이어져 건강보험 재정 낭비를 초래해 왔다고 지적했다. 추후 보험사 등 대기업이 비대면 진료 플랫폼에 진입해 의약품 도매상을 통한 수익 추구로 인한 약물 오남용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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