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조채원 기자] 교육부가 대학 등록금 인상과 직결되는 국가장학금 Ⅱ유형 폐지를 추진하면서도 대통령 업무보고 자료에 명확히 밝히지 않아 의도적 은폐 논란이 일고 있다.
정병익 교육부 대변인은 지난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대통령 업무보고에 포함된 '국가장학금 Ⅱ유형 폐지'에 대해 "어떻게 해야 대학도 발전하고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부담이 없을지 여러 논의와 고민 끝에 결정했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공개한 업무보고 자료에는 'Ⅱ유형 폐지'란 표현 대신 '사립대학 재정 여건 악화와 교육 투자 확대 필요성을 고려해 등록금 법정 상한 외 부수적인 규제 폐지 등 규제 합리화'란 문구만 담겼다.
정 대변인은 'Ⅱ유형 폐지'가 명시되지 않은 이유를 놓고 "이 사안을 다루는 전문가들은 업무보고 내용을 통해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겠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께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웠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의도적으로 모르게 하려고 한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국가장학금 Ⅱ유형은 정부가 소득 기준에 따라 직접 학생에게 지급하는Ⅰ유형과 달리, 대학에 지원금을 내려 대학이 자체 기준에 따라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2012년부터 등록금을 동결·인하한 대학에 한해 Ⅱ유형을 지원했다. 사실상 등록금 인상을 억제하는 장치로 기능해 온 셈이다.
대학들은 학생 부담은 줄었지만 장기간 등록금 동결로 재정 여건이 악화하면서 교육 투자가 위축되고 교육의 질이 저하됐다고 주장한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 10월 발간한 '고등교육 규제 혁신을 통한 대학의 재정 여건 개선 방안' 보고서는 사립대들이 법정 상한선 범위 내에서 지속적으로 등록금을 인상했을 경우 학생 1인당 연간 등록금을 2023년 기준 약 1084만원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등록금 동결·인하 정책에 따라 실제로 학생이 부담한 등록금은 1인 당 약 757만 원이다. 사립대 한 곳당 평균 결손액은 2012년 22억 이후 점점 늘어나 2023년 기준 177억원에 달한다.
대학들은 '대학 경쟁력·교육환경 개선의 마중물'이라며 국가장학금 Ⅱ유형 폐지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이날 입장문을 내 "대학의 자율성을 회복하고 고등교육의 질적 경쟁력을 강화할 계기가 마련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대교협은 "등록금 규제 개선은 단순한 재정 확충을 넘어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으로 돌아가는 교육 투자의 선순환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물가 상승률과 가계 부담을 고려한 합리적인 등록금 책정 △법정 기구인 등록금심의위원회를 통한 민주적 소통과 공감대 형성 △인공지능·디지털 전환, 교육환경 개선, 우수 교원 확보 등 교육 혁신 분야에 대한 재투자 원칙을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올해는 전국 193개 대학 중 136개교(70.5%)가 Ⅱ유형을 지원받지 못하는 불이익을 감수하고도 등록금을 올렸다. Ⅱ유형이 폐지되면 사립대들은 매년 법정 상한선까지 등록금을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 등록금 인상은 가계 부담과 직결되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정부가 정책 전환의 취지와 파급 효과를 명확히 설명하고 설득에 나서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대학 재정여건 개선은 등록금 규제 완화로 풀 게 아니라 고등교육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등록금 인상만으로 대학들이 주장하는 재정난과 교육 투자 축소 문제를 해결될 수 있겠느냐"고 의문을 표했다. 임 연구원은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거점국립대는 직접 지원하고, 사립대는 규제를 풀어 자율에 맡기겠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며 "결국 대학들의 경쟁적 등록금 인상으로 국민들의 교육비 부담이 늘어날 일인데 이에 따른 후폭풍은 현재 예측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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