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다빈 기자] '인천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을 제기한 백해룡 경정이 서울동부지검 합동수사단(합수단)의 무혐의 결론에 연일 반발하고 있다. 백 경정은 지난 10일에 이어 12일 추가로 수사 자료를 공개하고, "검찰은 마약 운반책들과 필로폰이 어떻게 공항을 통과했는지 단 한 차례도 묻거나 확인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백 경정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말레이시아 마약 운반책들이 신체에 필로폰을 덕지덕지 부착한 상태로 공항 입국장에서 검거됐다. 하지만 합수단 중간 수사 결과 발표에는 필로폰이 어떻게 공항을 통과했는지 설명이 전혀 없다"며 "검찰이 그 과정을 수사하지 않고 덮어버렸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백 경정은 "36명의 마약 운반책들이 각 4㎏의 필로폰을 신체에 부착하고 인천·김해공항 세관을 통과해 입국한 사실이 있다. 나무 도마 속에 필로폰을 넣어 은닉한 화물도 3차례나 인천공항 세관을 통과했다"며 "마약이 공항을 통해 들어온 2023년 대한민국의 현실은 국경이 뚫리고 안보가 무너진,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을 포기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마약 수사 전문가들인 검찰이 기초 중의 기초인 폐쇄회로(CC)TV 영상조차 확보하지 않았다"며 "마약 운반책이 말레이시아어로 공범을 회유하는 상황이 있었음에도 '백 경정이 속아 넘어갔다'는 검찰과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주장은 현장 수사의 기초도 모르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백 경정은 이날도 마약 운반책 검거 당시 사진과 은닉한 필로폰을 확인하는 사진 등 수사 자료 일부를 공개했다. 백 경정은 합수단의 중간 수사 결과 발표 이후 지난 10일 총 89쪽 분량의 현장검증 조서 초안을 공개한 바 있다. 이 자료에는 지난 2023년 11월10일과 13일 두 차례에 걸쳐 현장검증한 대화 내용과 마약 운반책들의 실명 등이 담겼다.
백 경정의 반발에 검찰도 강력한 조치에 나섰다. 서울동부지검은 지난 10일 경찰청 감찰 부서에 백 경정의 공보 규칙 위반과 개인정보보호 침해 등에 적절한 조치를 취해달라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
임 지검장은 지난 9일 자신의 SNS를 통해 "지난 10월 백 경정에게 '느낌과 추측을 사실과 구분해 말해야 한다'고 충고했다"며 "거짓말에 속아 경찰 수사 타깃이 사실상 마약 밀수 조직에서 세관 직원들로 전환됐다. 마약 수사의 한 축인 세관 직원들은 마약 밀수 공범으로 몰려 2년 넘게 수사를 받느라 국가적 차원에서도 여러모로 피해가 큰 사건"이라고 했다.
검찰의 경고에도 백 경정은 끝까지 수사해 진실을 밝히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백 경정은 합수단의 중간 수사 결과 발표 직후 인천세관과 대검찰청, 서울중앙지검 등 6곳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백 경정은 "전기통신사업법 등에 의해 통신자료 제공 요청은 총경 이상의 공무원이 결재권자가 돼야 한다"며 "법적으로 제한돼 있는 상황에서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 시스템상 결재 요청이 차단돼 통신수사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마약 수입을 획책하고 가담자와 묵인했던 자, 사건을 수사하며 축소하고 은폐한 실체를 밝혀 경종을 울리는 것이 공직자로서의 의무"라며 "본 사건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 국민 앞에 드러내 보이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백 경정은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 재직 당시 인천국제공항으로 필로폰을 대량 밀반입한 다국적 마약조직과 인천세관 공무원들의 유착 의혹을 수사하던 중 수사 외압을 받았다고 지난 2023년 10월 폭로했다. 백 경정은 지난해 7월 화곡지구대장으로 좌천성 인사발령이 났다.
이후 백 경정은 이재명 대통령 지시로 지난 10월15일 합수단에 파견됐다. 백 경정은 합수단과 별도로 수사팀을 구성해 수사에 착수했다. 백 경정의 파견 기간은 내년 1월14일까지로 2개월 연장됐다.
합수단은 지난 9일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의혹에 연루된 세관 직원 7명과 외압 의혹 관련자 8명 등 전원을 무혐의 처분했다. 합수단은 "경찰 수사에서 마약 밀수범들이 지난 2023년 1월27일 밀수 범행에 세관 직원들의 도움을 받았다고 진술했지만, 경찰 인천공항 실황조사 영상에서 밀수범들간 말레이시아어로 여러 차례 허위 진술을 종용하는 장면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경찰청·관세청 지휘부가 서울 영등포경찰서의 마약밀수 사건에 수사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대통령실의 개입이나 관련자들의 위법행위가 확인되지 않아 전원 혐의없음 처분을 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