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라진 기자] '세계 인권의 날' 기념식이 열린 10일 인권단체들의 반발에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위원장이 참석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연일 안 인권위원장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내홍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인권단체들로 구성된 인권위 바로잡기 공동행동(공동행동) 활동가 40여명은 이날 오전 9시 서울 중구 안중근의사기념관 강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 위원장의 '2025 인권의 날 기념식' 출입과 기념사 낭독을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오전 9시40분 모습을 드러낸 안 위원장은 기념식 입장을 시도했지만 활동가들은 피켓을 들고 기념식이 열리는 강당 정문 입구를 가로막았다. 활동가들은 '사퇴하라' 구호를 외치며 길을 내주지 않았다. 결국 안 위원장은 입장하지 못하고 행사장 밖을 빠져나갔다.
활동가들은 '개인 신앙 명분으로 차별 선동하는 인권위 안창호 규탄한다', '이주민 혐오 방관하는 국가인권위원장 안창호 자격없다' 등의 피켓을 들고 안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활동가들은 "안 위원장은 수없이 차별적 발언을 하고 성소수자, 여성 혐오, 이주민 혐오를 일상처럼 내뱉으며 개인의 신앙을 이유로 차별 금지를 반대하고 민주주의를 짓밟은 내란을 비호했다"며 "안 위원장이 인권의 날 기념식을 개최하고 기념사를 여는 것은 국가에 대한 모독으로, 사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위원장은 이후에도 두 차례에 걸쳐 기념식 입장을 시도했으나 활동가들에 가로막혀 들어가지 못했다. 이충상 전 인권위 상임위원 역시 활동가들 저지로 기념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인권위는 결국 이날 오전 10시 예정됐던 기념식을 1시간30분 정도 지연된 오전 11시30분 열었다. 기념식은 안 위원장의 불참 속에 수상자와 내빈 등 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안 위원장은 사퇴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앞으로도 모든 국민의 인권 신장을 위해 노력할 것이고 나아가 인권위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사퇴를 촉구하는 단체는) 진실을 알아야 한다. 팻말은 정치적 구호"라고 말했다.
안 위원장을 지지하는 자유인권실천국민행동과 반동성애기독시민연대도 이날 오전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위 해체를 촉구했다. 이들은 인권위 직원들이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통령을 옹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앞서 송두환·최영애·안경환 전 인권위원장과 전 인권위원, 사무총장 등 36명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위 독립성을 훼손한 안 위원장과 인권위원들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며 "국회가 인권위 정상화를 위한 전면적인 개혁 입법을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권위 노조도 연일 안 위원장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국가인권위원회지부가 인권위 직원 27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212명 중 77.4%(164명)이 안 위원장의 퇴진 요구에 동의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