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송다영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3 비상계엄 선포 직후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와의 통화에서 '(계엄이) 오래 안 갈 거니까 걱정하지 말라.내가 이제 잘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9일 추 전 원내대표의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 공소장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직후인 11시 22분 추 전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2분 5초간 통화하며 "거대 야당의 국정 발목잡기 때문에 헌정 질서와 국정이 마비돼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내란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수사팀의 조사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이 보안을 요하는 것이기 때문에 미리 알려주지 못해 미안하다. 거대 야당의 국정 발목잡기 때문에 지금 헌정 질서와 국정이 다 마비돼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도 추 전 원내대표에게 말했다.
특검팀은 공소장에 윤 전 대통령이 당시 통화에서 대국민 담화 내용과 같은 취지의 비상계엄 선포 이유 및 필요성을 강조했고, 추 전 원내대표에게 비상계엄의 자발적 조기 해제를 약속하며 협력을 요청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추 전 원내대표가 윤 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비상계엄을 반대하거나 우려를 표명하는 등 문제제기를 전혀 하지 않았고, 경찰과 군인 등이 국회의원의 국회 출입 통제를 하는 상황에서 봉쇄의 부당성을 지적하거나 출동한 경찰 등의 철수를 요청하지 않았다고도 지적했다. 행적을 봤을 때 추 전 원내대표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취지에 따르기로 했다는 것이다.
또 특검팀은 당시 추 전 원내대표가 원내대표실에 있던 의원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 등 다른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연락해 본회의장 이탈을 유도했다고도 봤다.
원내대표실에 있던 의원 3명은 12월3일 오후 11시 54분께부터 4일 0시13분께 사이 본회의장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에 있던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연락했다. 원내 지도부가 원내대표실에 있다는 사실을 들은 의원 4명은 본회의장과 예결위 회의장에서 원내대표실로 이동했다. 이후 계엄 해제 요구안이 의결될 때까지 대표실에서 머물렀다고 한다.
특검은 당시 신동욱 의원이 12월4일 자정과 0시27분께 두 차례에 걸쳐 본회의장으로 이동해 한 전 대표에게 "우리 당이 하나의 행동을 해야 한다, 의견을 모아서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본회의장 밖으로 나올 것을 요구했다고도 했다.
공소장에는 추 전 원내대표가 본회의장으로 와달라는 한 전 대표의 요구에 "거기에 민주당 의원들도 있고 공개된 장소인데 밑에서 여러 상황을 정리하고 올라가도 되지 않겠나"라는 취지로 대응했다는 내용도 적시됐다. 추 전 원내대표가 의원들을 본회의장 밖으로 나오게 유도했다는 것이다.
한 전 대표는 당시 사무총장이던 서범수 의원을 통해 추 전 원내대표에게 연락해 '일부 의원이라도 국회 본회의장으로 와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반면 추 전 원내대표는 요청을 거부하고 해당 통화 사실을 원내대표실에 있던 의원들에게 공유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추 전 원내대표는 공소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자신은 윤 전 대통령에게 계엄 유지 협조 요청을 받지 않았고, 윤 전 대통령과 통화한 뒤엔 의총 장소를 당사에서 국회로 변경해 국회로 들어갔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