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선은양 기자] 민간인 신분으로 12·3 비상계엄 과정에 중요 역할을 한 '비선'으로 알려진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 나와 증언 대부분을 거부했다. 일부 질문에는 "귀찮으니까 증언을 거부하겠다"고 말해 재판부 지적을 받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8일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 속행 공판을 열고 노 전 사령관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노 전 사령관은 이날 특검팀 질문에 일부만 답하고 대부분은 증언을 거부했다.
특검팀이 "지난해 11월17일 국방부 장관의 공관에서 김 전 장관을 만난 게 확인된다"고 지적하자 "그날 공관 회의에 간 건 아이 사망과 관련해 (김 전 장관이) 조화를 보내주고 위로해 줘서 감사하다고 말하러 갔다"고 답했다.
그는 특검팀이 "지난해 11월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대수장)에서 부정선거 교육을 하려했느냐"고 묻자 "혼자 생각했고, (이후에) 허락 받고 협조해야 하는데, (당시에) 아이에게 좋지 않은 일 있어서 못 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머지는 귀찮으니까 증언을 거부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재판부가 "증언 거부는 본인이나 가족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을 때 거부하는 것"이라며 "말씀하기 싫어서 거부하는 것은 안 된다"고 지적했다.
노 전 사령관은 "그런 취지로 거부한 것이 아니고 제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거부하는 것이 맞다"며 "하기 싫어서 그런 취지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신문에서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이른바 햄버거집 회동 당시 '윤 전 대통령과 잘 알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구삼회 육군 2기갑여단장(준장)의 법정 증언을 두고 "저는 대통령을 대통령님이라고 호칭하지 대통령이라고 호칭하지 않는 사람이다"며 부인했다.
앞서 구 여단장은 지난 6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노 전 사령관 등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노 전 사령관이) 내가 대통령도 잘 알고 있다고 2~3번 이야기한 기억이 있다"며 "12월3일 롯데리아에서 대화할 때 '며칠 전에 대통령을 만났다', '대통령이 나한테 거수경례하며 사령관님 오셨습니까 라고 이야기했다'고 자랑하듯 이야기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또한 노 전 사령관은 국회 의결을 통해 비상계엄이 해제됐다는 소식을 안산에 있는 집에서 TV로 접했다고 말했다.
이밖에 구체적인 계엄 모의 과정이나 정보사 요원들의 인적 정보를 넘겨받은 경로 등에 대해서는 증언을 거부했다.
오후 재판에서는 계엄사령관이었던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의 증인신문이 이어질 예정이다.
yes@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