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불영어' 비판 거세자…평가원 "심려 끼쳐 사과"


영어 1등급 3.11%…절대평가 도입 이후 최저치
교육부, 후속조치 예고…"결과 따라 엄정 대응"

5일 오전 서울 광진구 광남고등학교 수험생들이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를 확인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더팩트ㅣ조채원 기자]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영어 난이도 조절 실패 논란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올해 영어 1등급 비율은 3.11%로, 절대평가 전환 이후 가장 낮다. 상대평가 과목이 4%가 1등급인 점을 고려하면 난도가 지나치게 높았다는 비판이 거세다.

수능 주관 기관인 평가원은 5일 보도자료를 내 "영어 영역 난이도와 관련해 절대평가 체제에서 요구되는 적정 난이도와 학습 부담 완화에 부합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수험생, 학부모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수능 문항 출제는 지문 구성, 문항의 난도 등에 대해 출제위원과 검토 위원의 수차례에 걸친 검토와 수정·보완 등 여러 단계의 과정과 절차를 거쳐 이뤄졌지만 당초 출제 목표에 미치지 못했다"며 "이번 사안을 계기로 금번 영어 문항에 대해 분석하고 출제 및 검토 과정을 다시 한번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평가원은 출제 과정 전반에 대한 점검과 후속 조치를 약속했다. 평가원은 "특히 난이도 조정 절차, 현장 교사로 구성된 검토위원의 역할 강화, 출제 및 검토위원의 역량 강화 방안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하여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사교육 연관성을 배제하면서도 학교 교육 범위 안에서 문제 출제가 이뤄지도록 학교 현장의 의견을 적극적수렴하겠다"고 다짐했다.

교육부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하며 개선을 예고했다. 교육부도 이날 "절대평가임에도 난이도가 높아 체감 부담이 컸다는 수험생, 학부모, 학교 현장에서 제기된 우려의 목소리를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교육부도 평가원의 출제 개선 조치가 신속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사안을 계기로 수능 출제 및 검토 전 과정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즉시 시행할 것"이라며 "결과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오승걸 평가원장은 전날 '2026년도 수능 채점 결과' 브리핑에서 국어·영어 난이도 조절 실패에 유감을 표했다. 오 평가원장은 "국어와 영어에서 문항 출제와 검토 과정에서 의도하고 확인했던 것과는 달리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영어의 경우 교육과정의 학습 정도를 평가한다는 절대평가 취지에 맞는 시험 난이도를 목표로 했지만 당초 취지와 의도에 다소 미치지 못하는 결과가 나왔다"고 고개를 숙였다. 난이도 조절 실패 이유에 대해서는 "출제 이후 사설 모의고사 문제지의 문항들과 비교한다"며 "이번 수능 출제 과정에서 유사한 문항들이 많이 발견돼 이를 교체·검토하는 과정에서 난이도 구분을 면밀히 살피지 못한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영어 절대평가가 변별력을 중시하는 현 입시 체계와 충돌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영어관련학술단체협의회(영단협)는 이날 "영어 1등급 비율은 6월 모의평가에서 19.1%, 9월엔 4.5%, 본수능에서는 3.11%로 널뛰기 하고 있다"며 "한국 수능은 입시 변별 시험이기에 절대평가가 불가능한데도 영어만 절대평가를 유지한 건 처음부터 잘못 설계된 제도"라고 비판했다.

영단협에 따르면 영어절대평가 시행 이후 서울 일반고의 기초교과목 중 영어 선택률(수학 기준 비율 환산)은 2019년 92.7%에서 2023년 80.6%로 하락했고, 영어 교사 임용 또한 급감했다. 영단협은 "영어를 절대평가화해 기초과목 체제를 비정상적으로 분리했고, 그 결과는 영어 공교육 붕괴로 연결되고 있다"며 "영어만 절대평가하는 시스템을 즉각 개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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