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준영 기자] 건강보험 국고지원 확대를 국정과제로 삼은 정부가 내년 법정 지원율을 지키기는커녕 소폭 줄였다. 반면 국민들이 내야하는 건강보험료율은 내년 1.48% 오른다.
3일 국회를 통과한 2026년 보건복지부 예산에 따르면 건강보험 정부 지원금은 12조7171억원으로 내년도 예상 수입액의 14.2% 수준이다. 법에 정해진 '해당 연도 건강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20%'를 지키지 않았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 9월 123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를 위해 건강보험 재정 국고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오히려 윤석열 정부 때 정한 올해 지원 비율 14.4%보다 줄었다.
지난달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내년 복지부 예산 심의과정에서 법정 국고지원율을 지키기 위해 건강보험 가입자 지원 예산을 1조9459억원 늘렸지만 이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심의 과정에서 증액이 무산됐다. 예결위 심의는 기획재정부와 거대 양당이 주도해 정부 여당은 건강보험 법정 지원율을 어긴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건강보험 재정은 초고령화와 정부 의료개혁 사업 지출로 3년 후 고갈이 전망됨에 따라 정부의 법정 지원율 준수 필요성이 크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간한 '의료 개혁과 비상진료 대책을 반영한 건강보험 재정전망 추계' 보고서를 보면 건강보험 재정은 올해 적자로 돌아서고 3년 후 소진된다.
반면 국민들이 내는 건강보험료율은 내년 1.48% 늘어난다. 직장가입자들 월평균 보험료는 내년 16만699원으로 올해보다 2235원 증가한다. 정부는 2년 연속 동결과 향후 지출을 감안해 올렸다는 입장이다.
역대 정부는 건강보험 법정지원율을 한 차례도 지키지 않았다. 국고지원 누적 미지급 금액은 2015∼2024년 10년 간 18조4753억원에 달한다. 예상 수입액의 14%는 국고(일반회계)에서, 6%는 담배부담금으로 조성한 국민건강증진기금으로 지원해야 하지만 정부는 예상 수입액을 실제 수익보다 적게 추정하는 방식으로 법정 비율보다 항상 적게 지원했다. 건강증진기금에서 지원하는 금액이 당해 담배부담금 예상수입액의 65%를 넘을 수 없다는 단서조항도 지원액 축소로 작용했다. 결산 기준 국고지원율 산정, 국고지원율 상향, 항구적 법제화 등 근본 대책이 필요하지만 관련 법안은 국회 계류중이다.
김재헌 무상의료운동본부 사무국장은 "정부가 법정지원율을 지키지 않으면 결국 국민들의 보험료가 올라갈 수 밖에 없다. 또한 국민들 의료에 대한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하기도 어려워진다"며 "이재명 정부가 건보 지원 확대 국정과제를 첫 해부터 어긴 것은 시민들의 염원에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lovehope@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