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준영 기자] 비대면 진료 제도화 법안이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지만 과잉진료와 비급여 남용 등 우려가 여전하다. 본회의를 앞둔 지역의사제 법안도 의료계 반대와 실제 전문의로서 근무기간이 줄어 실효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과 지역의사 양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지역의사제 법안)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19가 유행한 2020년부터 시범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정부여당은 섬이나 외곽 지역 주민들의 의료 접근성 제고를 높인다는 취지로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의료법 개정안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는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실시한다. 일정 기간 동일한 증상으로 대면 진료를 받은 기록이 있는 재진 환자 대상으로 한다.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은 희귀질환자, 제1형 당뇨병 환자, 교정시설 수용자, 수술 후 경과 관찰이 필요한 환자 등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비대면 진료로 발생할 수 있는 무분별한 비급여 진료를 막기 위한 장치도 마련했다. 비급여 진료를 실시한 내역을 복지부 장관에게 제출하도록 해 관리를 강화했다.
개정안은 비대면 진료 중개 플랫폼 규제 근거도 담았다. 비대면진료 중개업자가 의료인의 의료적 판단에 개입하거나 의료서비스 및 의약품 오·남용 조장 행위, 의료기관 등에 환자를 소개·알선·유인하는 대가로 경제적 이익을 요구하거나 받는 행위를 금지했다.
하지만 비급여 남용과 과잉진료 우려는 해소해야 할 과제다. 대한약사회가 2023년 12월 15일 이후 두 달간 운영한 공적처방전달시스템(PPDS)을 통해 접수된 비대면 진료 처방전 중 급여 처방은 39.5%인 반면 비급여 처방은 60.5%에 달했다. 실제로 비대면 진료를 통해 비급여 비만치료제인 위고비가 과잉처방 된다는 지적에 복지부는 지난해 12월 처방을 제한한 바 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에 민간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점도 논란이다. 법안은 공공과 민간 플랫폼을 병행하기로 했다. 특히 정부의 공공 플랫폼 구축은 의무 사안이 아닌 임의조항으로 뒀다. 자본력을 갖춘 민간 플랫폼과 경쟁에서 공공 플랫폼이 활성화되기 어렵다. 민간 플랫폼의 영리 추구에 따른 과잉진료, 의료비 상승 등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민간 배달 플랫폼처럼 추후 수수료 부과 가능성도 있다.
지난달 27일 참여연대, 보건의료단체연합,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 모임 단체들은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격의료는 재벌 대기업이 지난 20년간 숙원해오던 주요 의료민영화 정책"이라며 "영리 플랫폼이 들어오면 의료비 급증, 과잉진료, 건강보험 재정이 낭비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제도 취지인 격오지 주민들의 의료 접근성 향상도 의문이 제기된다.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이 지난 7월 전국 읍면 지역 거주자 502명 대상 조사 결과, 비대면 진료를 이용한 사람은 5%였다. 60대 이상 고령자의 사용 경험은 2.5%에 그쳤다. 지역 주민들 80%가 '비대면 진료보다 지역에 의료 인프라가 있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답했다.
본회의 의결을 앞둔 지역의사제 법안도 논란이다. 지역의사제는 국가가 의대 정원 안에서 일정 비율로 지역의사입학전형을 실시하고 선발 학생에게 입학금, 수업료, 교재비, 기숙사비 등을 지원한다. 졸업 후 10년간 지역의사입학전형에서 공고한 지역 의료기관에서 복무한다. 의무복무 기간 의사 면허가 취소되거나 의무복무를 하지 않는 경우 지원받은 학비 등은 반환해야 한다. 지역 복무 의무 등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먼저 시정명령을 내리고 불이행 시 면허정지, 면허취소까지 단계적으로 조치한다.
하지만 일부 의료계 반발과 지역·공공의료 강화 실효성 확보는 해결해야할 과제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달 27일 정례브리핑에서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는 의료전달체계 확립과 의료진이 근무할 수 있는 정주 여건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며 "지방 의료 위기의 본질은 의사 수 부족이 아닌데도, 단순히 인력 공급에 초점을 맞춘 제도 설계는 현실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지역·공공의료 강화가 목적이지만 실효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10년 의무복무 기간에 레지던트 수련 기간 최대 4년을 포함했다. 이에 전문의로서 지역에서 근무하는 기간은 10년이 아닌 6~7년이다.
또한 지역의사가 복무할 기관을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할 수 있다고 했지만 복무 기관에 공공병원을 명시하지 않았다. 당초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지역의사가 복무할 의료기관으로 특별시와 광역시 이외 지역에 있는 보건소, 공공병원, 공공보건의료연구기관 등 지역 공공의료에 한정한 것과 비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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