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조채원 기자] 교육부가 학생·교사의 고교학점제 만족도가 높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지만 교육 현장의 체감과는 거리가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학생이 희망하는 과목을 실제로 선택할 수 있는지는 학교 규모와 지역 여건에 크게 좌우하는데 정작 교육부는 조사 결과에서 도시·학교 규모별 만족도 차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교육부는 지난 26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의 '고교학점제 성과 분석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평가원이 같은 날 공개한 '고교학점제 성과 분석을 위한 1차 연도 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는 전국 일반고 160개교 고1 학생 6885명, 교사 4628명 대상으로 진행됐다. 참여 학생을 거주 지역별로 보면 읍면지역 27.2%(1870명)·중소도시 34.8%(2396명)·대도시 38%(2619명)였다. 학교 규모별로는 소규모 18.4%(1266명)·중규모 57.3%(3946명)·대규모 24.3%(1673명)였다. 해당 조사에서는 1학년 학급 수가 1~5개면 '소', 6~10개는 '중', 11개 학급 이상이면 '대'로 분류한다.
교육부는 학교 교육과정, 과목 선택 지도, 최소 성취수준 보장지도 3개 영역에서 만족도 긍정 응답(그렇다, 매우 그렇다) 평균이 학생 64.2%, 교사 76.3%라는 점을 들어 "만족도가 비교적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그러나 만족도 결과에는 학교 규모·지역별 격차에 대한 분석이 빠져있다. 실제로 학교 규모에 따라 선택 과목 수가 달라지고, 과목 선택권은 고교학점제 만족도에 영향을 준다.
평가원이 지난달 발간한 이슈페이퍼 '고교학점제 본격 적용 첫해 학교 교육과정 편제 경향'을 보면 전 학년 20학급 이상 대규모 고교의 선택 과목 수는 평균 84.08개, 20학급 미만 학교는 76.79개였다. 어느 학교를 다니느냐에 따라 학생이 선택할 수 있는 과목이 9개가량 차이가 나는 셈이다. 교육부 발표 조사에서 학생 만족도의 평균을 깎아 먹은 문항 역시 선택과목 관련이었다. '우리 학교에는 내가 원하는 선택과목이 충분히 개설돼 있다' 문항에서 긍정 응답률은 58.3%, '나는 우리 학교에 개설된 다양한 선택과목에 만족한다'에서는 58.4%였다.
지역별 학교 규모 격차가 심각하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고 전체 만족도만 내세웠다는 지적도 있다. '2024 교육연계통보'를 보면 전국 17개 시·도에서 20학급 이하 고등학교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강원으로 70.4%에 달한다. 20학급 이하 고교가 절반이 넘는 지역은 경북(66.6%), 전북(61.6%), 전남(63.8%), 충남(55%) 등이었다. 반면 수도권인 서울·경기·인천은 각각 17.9%, 14.2%, 18.1%다. 10학급 이하로 살펴보면 강원 45.2%, 전북 35.3%, 전남 33.3%, 경북 26.8% 순으로 역시 서울 0.3%, 경기 4.9%, 인천 7.9%와 차이가 크다. 소규모 학교가 비율이 높은 지역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지역 학생들보다 고교학점제에 만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 "고교학점제는 구조적으로 차별이 내포된 제도"란 비판까지 나오는 이유다.
교육부는 지역 간 교육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온라인학교와 공동교육과정 운영을 위한 교원 정원을 확대하고, 강사 인력 지원 예산 157억원을 확보해 교부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강사군을 17개 시·도교육청이 함께 구성·공유해 온라인학교에서 다양한 강좌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시도별 온라인학교의 칸막이를 없애겠다고도 했다.
'고교학점제 전면 재검토'를 주장하는 교원단체는 강사 지원과 온라인학교·공동교육과정 운영 중심 해법은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김민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책2국장은 "도 지역은 교사·강사 확보 자체가 쉽지 않다"며 "강사를 뽑는다 해도 이들은 대체로 수업만 담당하는 인력"이라고 설명했다. 김 국장은 "수업 과목이 늘어나 생기는 행정업무·학생지도 등 부수적 업무는 해당 학교 선생님들 몫"이라며 "강원 등 학교 간 이동거리가 긴 지역에서 공동교육과정이 실효성 있게 작동할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