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국어' 수능 잇단 오류 논란…내일 최종 정답 발표 촉각


17번 이어 3번 '지문 오류' 교육계 주장 나와
소송까지 간 '2022학년도 재현' 우려 목소리도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정답 발표를 앞두고 일부 교수들이 국어 영역 문제 오류를 잇따라 주장했다. 사진은 시험일인 지난 13일 오전 서울 광진구 광남고등학교에서 한 수험생이 시험 준비를 하며 컴퓨터용 사인펜 마킹 연습을 하는 모습./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조채원 기자] 오는 25일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이의신청 결과 발표를 앞두고 국어영역 일부 문항에 대해 지문 설명 오류와 복수정답 가능성, 정답 없음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25일 발표할 최종 정답에 수험생과 교육계의 관심이 쏠린다.

24일 교육계에 따르면 이병민 서울대 영어교육과 교수는 지난 20일 자신의 SNS에 국어 수능 1~3번 문항의 지문 중 단순견해(the simple view of reading) 이론 설명 일부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3번 문항은 복수정답 인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병민 교수는 "이 이론으로 십여 년간 강의를 해왔고 현재 관련 논문을 쓰고 있다"며 "이미 이의신청 기간이 지난 듯해 안타깝지만, 학문 후속 세대와 수험생들을 위해 시시비비는 가려야 한다"고 썼다. 올해 수능 문제·정답 이의신청 기간은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였다.

또 다른 국어 문항 오류 주장도 있다. 한 입시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이충형 포항공대(포스텍) 철학과 교수가 쓴 "수능 국어 시험에 칸트 관련 문제가 나왔다고 하기에 풀어 보았으나 17번 문항에 답이 없어 보였다"는 의견이 소개됐다. 평가원이 공개한 정답은 3번이지만 이충형 교수는 '지문과 보기의 내용만을 사용해 논리적으로 추론한다면 3번 선택지는 정답이 될 수 없기 때문에 문항 오류'라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평가원에 따르면 올해 수능 영역별 이의제기 게시물은 총 342건으로 영역별로는 △사회탐구 124건 △영어 91건 △국어 77건 △과학탐구 31건 △한국사 8건 △수학 7건 △직업탐구와 제2외국어/한문 각각 2건씩으로 집계됐다. 17번 문항은 10여건의 이의신청이 접수돼 심사 중이다.

그간 평가원은 정답 정정에 매우 보수적인 입장을 취해 왔다. 명백한 사실관계 오류가 아니면 이의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특정 문항이 복수정답이나 출제오류로 판정된 적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가장 최근에는 2022학년도 수능 과학탐구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이 출제 오류로 인정돼 모든 응시자가 정답 처리된 사례가 있었다. 당시 평가원은 이의신청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문항의 조건이 완전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을 준거로 학업 성취 수준을 변별하는 평가 문항으로서의 타당성은 유지된다"며 기존 정답을 유지했다.

그러나 생명과학Ⅱ 응시자 92명이 평가원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평가원이 결정한 정답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강태중 당시 평가원장은 출제 오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교육부는 이후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수능 출제 및 이의심사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일부 입시업계에서는 17번 문항도 2022학년도 수능처럼 법정 공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문제의 정답과 오류를 주장하는 논리가 모두 일리가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평가원이 단독으로 정답을 결정하면 소송전이 벌어질 수 있고, 수능 성적표 배부 이후 채점 결과가 바뀌는 과거가 재현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특히 17번은 배점이 3점인, 고난도 문항이다. 한 문제의 정답 여부에 따라 경계선에 있는 수험생의 등급이 바뀌고 수시 수능 최저학력기준 충족 여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날 EBSi에 나오는 17번 문항 정답률은 37.2%다. 만약 문제 오류가 인정되면 등급 커트라인 뿐 아니라 표준점수에도 변동이 생길 전망이다. 임 대표는 "17번은 채점서비스에 참여하지 않은 중하위권 학생들이 많아 실제 정답률은 37.2%보다 더 낮은 어려운 문제라 전원 정답 처리가 되면 표준점수 최고점이 1점 정도 떨어질 것"이라며 "표준점수 1~2점에 당락이 엇갈리는 최상위권에게는 영향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chaelo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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