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해인 기자] 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팀이 '수사외압 의혹'의 정점에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을 포함한 핵심 피의자 12명을 한꺼번에 기소했다.
정민영 특검보는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특검팀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특검팀은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결과를 변경하기 위해 외압을 행사한 윤 전 대통령 및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 등 당시 관계자 12명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 등으로 불구속기소했다"며 "공소장은 이날 오전 9시 서울중앙지법에 접수했다"고 밝혔다.
기소 대상자는 윤 전 대통령과 이 전 장관,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사건 당시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해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전하규 전 국방부 대변인, 허태근 전 국방부 정책실장,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박진희 전 국방부장관 군사보좌관, 김동혁 전 국방부 검찰단장,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 유균혜 전 국방부 기획관리관, 이모 조직총괄담당관 등이다.이들은 지난 2023년 7월 19일 발생한 해병대원 고 채수근 상병 순직사건의 해병대수사단 수사결과를 변경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다.
다만 이시원 전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과 임기훈 전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은 기소유예 처분했다. 정 특검보는 "두 사람에 대해서는 조사하는 과정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적극적으로 진술했다는 점을 감안해 기소유예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은 관련 혐의가 발견되지 않아 불기소 처분했다.
◆특검 "윤석열, 임성근 피혐의자 제외 개별적·구체적 지시"
특검팀은 피의자들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고 피의자 및 참고인들을 130회가량 조사한 끝에 약 2년간 이들이 조직적으로 은폐했던 '윤석열 격노'의 실체를 파악했다. 윤 전 대통령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고위 지휘관을 피혐의자에서 제외하라'는 취지의 개별적·구체적 지시를 하고, 이 전 장관 등이 위법·부당한 지시를 순차적으로 하달함으로써 직권을 남용해 군사경찰 수사의 공정성과 직무수행의 독립성을 침해했다는 설명이다.
2023년 7월 31일 대통령실 수석 비서관 윤 전 대통령은 초동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고 크게 화를 냈다. 이후 곧바로 집무실에 있던 전화기로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군에서 이런 사고가 날 때마다 말단 하급자부터 고위 지휘관까지 줄줄이 엮어서 처벌하면 어떻게 되느냐, 내가 누차 여러 번 이야기하지 않았느냐"고 질책했다.
이에 이 전 장관은 전화를 끊고 14초 만에 김 전 사령관에게 전화해 언론 브리핑 및 국회 설명 취소, 수사기록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 같은날 이 전 장관 주재 긴급 현안 회의에서 수사결과를 변경하도록 했는데, 당시 회의에 참석한 정종범 전 해병대 부사령관의 업무수첩에는 '누구누구 수사 언동하면 안 됨', '사람에 대해서 조치 혐의는 안 됨. 특정치 말라' 등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자를 적시하지 말라는 취지의 지시 내용이 담겼다.
유 전 관리관은 이 전 장관의 지시로 박 대령에게 전화해 "사건 인계서에 혐의자, 혐의 내용, 죄명을 빼고, 수사라는 용어 쓰면 안 되고 조사라는 용어를 써야 한다"며 수사결과 서류 수정을 시도했다. 이에 박 대령은 거부 의사를 표시했다. 이틑날인 2023년 8월 1일 박 전 보좌관은 김 전 사령관에게 "확실한 혐의자는 수사의뢰, 지휘책임 관련 인원은 징계로 하는 것도 검토해 달라"는 내용의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내 고위 지휘관을 혐의자에서 제외하라고 노골적으로 압박했다.
하지만 박 대령이 상부 지시를 따르지 않고 경북경찰청에 수사기록 이첩을 시도하자 윤 전 대통령은 조 전 실장을 통해 사건 기록을 회수해오라고 국방부에 지시했다. 신 전 차관에게는 박 대령에 대한 선 보직 해임과 항명 수사 등을 지시했다. 이에 김 전 사령관은 박 대령의 보직을 해임했고 김 전 단장은 박 대령을 집단항명수괴죄로 입건해 수사를 개시했다.
이후 유 전 관리관을 통해 경북경찰청에서 사건기록을 회수한 뒤 국방부 장관 직속 조사본부로 기록을 이관, 박 전 보좌관의 주도 아래 임 전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제외하는 방향으로 수사결과를 변경하는 등 '권력형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범죄'를 확인했다.
특검팀은 또 박 대령에 대한 일련의 보복 행위도 확인했다. 국방부 검찰단이 두차례의 체포영장 청구와 한차례의 구속영장 청구 과정에서 직권남용 감금, 공무상 비밀누설 등 범행이 있었음을 파악했다. 또 편파적인 수사와 증거제출 등 공소권을 남용해 박 대령을 기소하고 항소한 것으로 판단했다.
정 특검보는 "이처럼 피고인들은 조직적으로 실행 행위를 분담해 직권남용 범행을 저질렀고 이로써 군사경찰 수사의 공정성과 직무수행의 독립성을 침해했다"며 "독립적으로 이뤄져야 할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권한을 침해하는 것을 넘어서 법과 원칙에 따라 정당하게 직무를 수행했던 해병대 수사단에게 국방부가 조직적인 보복 행위를 했다는 점에서 중대한 권력형 범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검팀은 수사의 공정성과 직무 수행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수사외압 행위를 엄정하게 처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며 앞으로 법과 원칙에 따라 이 사건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을 밝혔다.
hi@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