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선은양 기자]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공판에서 직접 증인 신문에 나선 윤석열 전 대통령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20일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받는 윤 전 대통령의 30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는 홍 전 차장이 증인으로 두번째로 출석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이 홍 전 차장에게 질문하는 반대신문 중심으로 진행됐다. 윤 전 대통령은 직접 신문에 나서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선포 직후 통화를 언급하며 "경찰보다는 방첩사가 소위 말하는 간첩 수사에 노하우라든가 DNA가 더 있어 경찰보다 잘하니 경찰에만 (정보를) 주려는 게 아니라 방첩사에도 줘라, 이런 얘기 저한테 못 들었느냐"며 "이것이 3종 세트(자금·인력·정보)다"라고 말했다.
자신이 내린 지시가 비상계엄 실행을 위한 명령이 아니었으며, 방첩사의 역량 강화를 위한 협조 지시였다는 취지다.
홍 전 차장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계엄 당일 밤 10시50분께 홍 전 차장에게 전화를 걸어 "(담화문) 봤지?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국정원에 대공 수사권을 줄 테니까 우선 방첩사를 도와 지원해. 자금이면 자금, 인력이면 인력 무조건 도와"라고 지시했다.
홍 전 차장은 "그 시간에 대통령은 여러 지휘관들과 통화하셨는데, 저는 그때 처음으로 대통령에게 전화를 받았다"며 "대통령에게 전화 한 통화 받은 제 기억이 더 정확하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윤 전 대통령이 "평소 회의에서나 국정원장 주재 티타임에서나 대통령이 방첩사 강화에 관심이 많고 컨트롤타워인 국정원이 지원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왔으니 그런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못했냐"고 묻자, 홍 전 차장은 "그럼 싹 다 잡아들이라는 거는 누구를 잡아들이라고 한 것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은 "담화문을 보고 증인이 잡아들이라는 걸 반국가단체로 이해했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냐"며 "대공 수사 대상이 되는 간첩이 일반 사람은 아니지 않느냐"고 물었다.
홍 전 차장은 "거기까지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통화가 끝난 다음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면서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며 "이재명, 한동훈, 우원식이 반국가단체나 간첩은 아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반대신문 중간에 윤 전 대통령은 계속해서 발언권을 얻어 신문하려다 재판부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홍 전 차장은 계엄 선포 이틀 후인 지난해 12월5일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에게 텔레그램으로 메시지를 보낸 이유도 설명했다.
홍 전 차장은 당시 김 전 차장에게 "모두 손가락질하고 국회가 모든 일에 발목을 잡는 답답함을 솔직히 이야기하시고 예산을 막고 탄핵을 계속한다면 대통령에게도 이런 마지막 카드가 있다는 시위였다고 사과하셔야 한다"고 보냈다.
홍 전 차장은 메시지를 두고 "당시로선 (대통령이) 시간만 보내고 있는 것 같았고, 아무도 나서지 않고 시간만 보내는 것 같아서 답답했다"며 "그때 빠르게 조치하지 않으면 오늘과 같은 상황으로 악화돼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홍 전 차장은 지난 재판에서 논란이 된 이른바 '홍장원 메모'를 두고도 "지렁이 글씨부터 시작해서 메모에 관심이 많은데, 1차 메모는 폐기해서 없다"며 "노란색 종이에 흘려 썼다는 걸 설명하기 위해 파워포인트로 자료를 만드는 과정에서 인터넷 그래픽을 내려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재판에서 윤 전 대통령은 메모를 두고 "초고라는 게 보면 지렁이 글씨"라며 "그것을 가지고 보좌관을 시켜서 이런 것을 만들었다고 하니, 초고라는 거 자체가 이거하고 비슷하지가 않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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