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채영 기자] 지휘부 불안과 특별검사팀 파견 등으로 검찰 조직의 기능이 마비될 지경에 이르렀다는 자조가 나온다. 검찰청 폐지라는 격변을 앞두고 사기와 동력 저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법무부는 19일 서울중앙지검장에 박철우 대검찰청 반부패수사부장, 수원고검장에 이정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서울고검 차장검사에 정용환 서울고검 감찰부장 등을 임명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로 서울중앙지검장을 비롯한 일부 검사장들이 사의를 표명한 자리를 채우기 위해서다.
지난 7일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사태 이후 검찰의 지휘부 사의 표명과 내부 반발로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집단 입장문을 낸 지휘부에 대한 사실상 징계를 검토하면서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검찰청법 6조는 검사의 직급을 검찰총장과 검사 2개로 나눈다. 평검사로의 보직 이동은 외형상으로는 징계 등 인사 불이익 조처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만 전보 인사라는 명목으로 불이익을 줄 수 있다. 여당에서도 검사장 보직 해임과 전보를 요구하고 있다.
법무부가 공석을 메우기 위해 신속히 인사에 나서고 정성호 장관도 검사장들이 항명이라기보다 의견을 전달한 것이라고 언급하는 등 사태가 수습될 조짐도 있지만 낙관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의 7박10일 해외순방 이후 검사들에 대한 후속 조치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입장문 참여자 중 사법연수원 29기로 가장 선임 기수인 박재억 수원지검장은 이미 사의를 표명했다. 송강 광주고검장도 박 검장과 같은 날 사의를 표명했다. 사표가 수리되지 않은 송 고검장은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전보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남은 검사장들도 고심이 큰 가운데 줄사표로 이어질 가능성도 남아있다.
특검 파견에 따른 인력 유출도 검찰로서는 큰 고충이다. 검찰은 이미 3대 특검의 출범 당시 100여 명의 검사가 파견 나갔다. 여기에 '관봉지 띠지 분실 의혹'과 '쿠팡 퇴직금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상설 특검까지 출범하면서 5명의 검사가 추가 파견될 예정이다.
마무리돼 가는 3대 특검 중 김건희특검은 조만간 30일을 연장할 계획이다. 연장될 경우 김건희특검은 내달 28일까지 수사하게 된다. 내란특검 수사기간도 12월14일로 한 달 가까이 남았다.
남은 검사들의 업무가 과중되면서 미제사건도 늘고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국 검찰청의 미제 사건은 10만146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 출범 무렵인 지난 6월 말 7만3395건이던 미제 사건은 8월 말에는 9만5730건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상설 특검에 검사 파견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고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상설 특검은 특검이라는 목적과 내용상으로 맞지 않을뿐더러 검사 비위를 감찰도 없이 수사하는 것이 적절한지 모르겠다"며 "5명 파견은 얼마 안 돼보이지만 중앙지검 형사부도 한 명이 아쉬운 상황인데 타격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검찰을 믿지 못하면서 파견은 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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