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진술거부 없이 채상병특검 첫 조사…질문지 100페이지


윤 측, 비공개 출석 요구
심야 조사 여부 추후 결정

윤석열 전 대통령은 11일 오전 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처음 출석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팩트ㅣ송다영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11일 오전 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처음 출석해 진술을 거부하지 않고 조사를 받고있다.

정민영 특검보는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특검은 오늘 오전 10시부터 윤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불러 조사 중"이라며 "윤 전 대통령은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의 정점 당사자이고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범인도피 등 여러 혐의 피의자"라고 밝혔다.

이어 "특검은 그간 채상병 사건에 대한 대통령실의 수사 외압 의혹, 이종섭 전 호주대사 출국금지 불법 의혹 수사를 진행해 왔다"며 "오늘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채상병 사망 사건 이후 일련의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이 보고받고 지시한 사항 전반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검팀은 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 조사부터 시작하기로 했으며 질문지는 100페이지가량이다. 조사할 분량이 방대한 만큼, 추가 조사 가능성도 있다.

정 특검보는 "외압 의혹 질문지 분량은 100페이지가 좀 넘는 것 같다"며 "(범인도피 의혹 질문지는) 따로다. 조사 내용이 많아서 한 번에 다 조사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수사외압 부분 먼저 조사를 진행 중이고, 범인도피 의혹까지 오늘 할 수 있을지는 상황을 봐야 할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심야조사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 측이 지하 주차장을 이용한 비공개 출석을 강하게 요구해 부득이하게 허용했다고 밝혔다.

서울구치소에 구속 수감돼 있는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47분께 법무부 호송차를 타고 특검팀 사무실 지하 출입구를 통해 비공개 출석했다.

특검팀은 그동안 조사 일정을 공개한 주요 피의자들은 1층 출입구를 통한 출석을 원칙으로 했다. 다만 윤 전 대통령은 현장 안전과 변호인단 요청 등을 고려해 비공개 출석 방식을 택했다.

정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이)1층으로 들어오지 않고 지하로 들어왔다고 언론에서 지적한 것을 봤다. 그간 원칙적으로 주요 피의자들을 1층(공개적으로)으로 불러 (조사를) 진행해 왔다"며 "수사팀으로서는 조사를 진행하는 게 중요하고, 윤 전 대통령 측에서 강하게 요구해 원만한 조사 진행을 위해 부득이하게 (비공개 출석 방식을 선택하게) 됐다. 양해를 구한다"고 발언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한샘빌딩에 마련된 순직 해병 특검 사무실에 호송차를 타고 출석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특검 측에서는 천대원 부장검사와 박상연 부부장 검사가 채상병 사망 외압 의혹 조사 진행을 맡았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배보윤·채명성 변호사가 입회한다. 만일 조사에 진척이 있어 범인도피 의혹으로 넘어갈 경우, 정현승 부장검사가 조사를 진행한다.

윤 전 대통령은 10시께 변호인 접견을 한 후 10시 20분부터 조사를 시작했다. 진술거부권은 행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특검팀은 지난달 23일·지난 8일 두 차례 윤 전 대통령 조사를 시도했으나 윤 전 대통령 측은 건강상의 이유 등을 들며 불응했다. 이번 출석은 특검팀의 세 번째 요구 만에 이뤄졌다.

윤 전 대통령은 2023년 채상병 사망 사건 당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혐의자에서 제외하도록 하는 등 수사에 외압을 넣은 혐의를 받는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피의자 신분으로 출국금지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호주대사에 임명해 도피시키려고 한 혐의도 있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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