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결말' 대장동 1심 판결문 "이재명 가담 판단 않겠다"


'이재명' 390번, '성남시 수뇌부' 22번 언급
"재선 기여 알았지만 금품·접대는 몰랐던 듯"

대장동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대통령과 민간업자들 간의 공모 여부에 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으나, 이 대통령의 시장 재선으로 민간업자들이 사업 선정에 사실상 특혜를 받은 것이라고 판시하기도 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유동규 전 본부장, 김만배 씨, 남욱 변호사. /더팩트 DB

[더팩트ㅣ송다영 기자]대장동 개발 특혜 비리 의혹에 연루된 민간업자들이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대통령과 민간업자들 간의 공모 여부는 판단하지 않았다. 다만 이 대통령의 시장 재선으로 민간업자들이 사업 선정에 사실상 특혜를 받은 것이라고 판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조형우)는 지난달 31일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공) 기획본부장, 정영학 회계사, 남욱·정민용 변호사에게 징역 4~8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공판이 약 4년 진행된 만큼, 1심 판결문 분량도 719쪽 분량에 달할 정도로 방대하다.

1심 재판부가 당시 성남시장이자 사업 최종 결정권자인 이 대통령을 어떻게 판단할지가 큰 관심사였다. 판결문에서 이 대통령은 390차례 언급됐다. 다만 재판부는 판결문 초반 주석에서 "이재명, 정진상 배임 사건 재판은 별도 진행 중이고 이재명은 이 법정에 출석해 증언한 사실이 없고, 정진상은 증언거부권을 행사했다"며 "이재명, 정진상이 피고인들의 배임 범행에 공모·가담했는지 여부에 관한 설시를 기재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판결문에는 이 대통령과 정 전 실장 등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이는 '성남시 수뇌부'라는 단어가 22번 등장한다. '이재명 등 수뇌부'라는 표현은 4번 나온다. 성남동 수뇌부가 민간업자들의 대장동 사업 보고를 꾸준히 받았다는 내용도 적시됐다.

재판부는 "회의 결과나 보고 자료에 의하면 환지 방식으로 진행할 경우 1공단 공원 조성이 상당히 지연될 것임을 유동규나 이재명, 정진상 등 성남시 수뇌부도 보고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또 1심은 2014년 6월 민간업자들이 이 대통령의 성남시장 재선에 도움을 준 것을 계기로 공사가 특혜를 줬고 이 대통령에게도 보고됐을 거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민간업자들은 주민들을 시위에 동원하거나, 시의원들을 상대로 로비하는 등 방법으로 성남시의 공사 설립을 도왔고, 성남시장 선거 과정에서도 선거운동에 참여하거나 선거자금을 제공하는 등으로 이재명의 재선을 도왔다"며 "유동규를 통해 정진상 등 성남시 수뇌부에게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실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민간업자들이 의형제를 맺는 등 유착했다고도 봤다. 사진은 지난해 서울중앙지법에 피고인으로 출석했던 이재명 대통령 모습. /배정한 기자

재판부는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실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민간업자들이 '의형제'를 맺는 등 유착했다고도 봤다.

재판부는 "유동규·정진상·김용은 2014년 6월 하순경 김만배와 의형제를 맺는 등 민간업자들과 유착 관계를 더욱 공고히 했다"며 "김만배는 유동규에게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편의 제공의 대가로 2014년 성남시장 선거 과정에서 교부한 금품 외에도 자신의 지분 절반 정도를 제공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했고, 유동규는 이런 제안을 정진상에게 보고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정 전 실장이 '작은 시장'이라 불리는 등 대장동 사업에서 유 전 본부장과 함께 핵심 인사라는 점도 지적했다.

판결문에는 "직원들 사이에서는 정진상을 작은 시장이라고 불렀다, 정진상이 알고 있는 것은 이재명이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정 씨가 부시장보다 파워가 더 셌던 것 같다" 등 성남시 공무원의 증언이 인용됐다.

다만 재판부는 이 대통령이 민간업자들의 금품 접대 사실을 알지 못했을 것이라며 판단을 유보했다.

재판부는 "이재명은 유동규·정진상 등으로부터 김만배 등 민간업자들이 공사 설립이나 재선 과정에 큰 도움을 준 사실은 보고받아 알았을 것으로 보인다"라면서도 "직접 내정했다거나 지시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또 이 대통령을 두고 "유동규 등이 민간업자들로부터 금품이나 접대를 받는 사실은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민간업자들로부터 직접적으로 금품이나 접대를 받았다는 증거는 없다"고 판시했다.

1심 재판부는 이 대통령의 재판이 헌법 84조에 따라 중단된 점도 언급했다.

재판부는 "이재명과 정진상에 대한 형사재판은 계속 진행 중이고, 그마저도 이재명에 대한 재판은 진행이 중단된 상태"라며 "도시개발공사가 대장동 관련 형사소송 결과가 모두 나온 뒤에 민사소송을 통해 피해를 회복하는 것은 심히 곤란하게 됐다"며 우려했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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