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인지 기자]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뒤 신경계 질환이 발생한 사람에게 정부가 피해보상을 해야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접종 직후 질환이 발병했고 다른 원인이 없다면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양순주 부장판사)는 백신 접종자 A 씨가 질병관리청장을 상대로 낸 예방접종 피해보상 신청 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 씨는 지난 2021년 3월4일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코로나19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1차 접종했다. A 씨는 접종 후 약 10시간 후 발열·구토·두통 등 이상반응을 보인 뒤 병원에서 '상세불명의 뇌염·척수염 및 뇌척수염'을 진단받았다.
A 씨는 이후 보행장애와 길랭-바레증후군(GBS·근육 쇠약을 유발하는 다발신경병증) 증상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A 씨는 같은달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질병관리청에 피해보상을 신청했으나 거부됐다. 6월 이의신청에도 재차 '백신과 이상반응의 인과성이 인정되기 어렵다'며 거부 통보를 받았다.
감염병예방법 제71조는 예방접종 때문에 질병에 걸렸다고 질병관리청이 인정하는 경우 국가가 진료비의 정액 및 정액 간병비를 보상하도록 정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A 씨가 GBS의 변이형인 밀러-피셔증후군으로 지원사업 대상으로 선정돼 진료비를 보상받았다"며 "앞으로도 한도 내에서 추가 지원을 받을 수 있어 소송의 이익이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해당 지원사업은 법령상 근거가 없고 한시적으로 운영되며, 지원 한도도 5000만원으로 제한돼 있다"며 소송의 이익이 없다는 질병청의 주장을 기각했다.
또 "국가의 예방접종 피해보상은 인과관계가 반드시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돼야 하는 건 아니다"며 "접종과 질환 발병 간 시간적 밀접성이 있고, 다른 원인이 없는 경우라면 인과관계를 추론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AZ 백신 접종 후 GBS 등의 부작용은 국내·외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며 "원고의 피해보상 신청 거부 처분을 취소하고, 소송 비용도 부담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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