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설상미 기자] 경사가 가팔라 오르기 힘들었던 남산이 보행약자들도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는 길로 탈바꿈했다. 서울시는 지난 25일 1.45km 길이의 무장애 산책로 '남산 하늘숲길'을 개방했다. 완만한 경사의 데크길 덕분에 유모차나 휠체어 이용자도 쉽고 안전하게 산책할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민이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보행 중심 공간으로 전환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오후 오세훈 서울시장과 취재진은 남산 하늘숲길을 함께 올랐다. 출근길에 로퍼를 신고 온 취재진도 정상까지 무리 없이 걸을 수 있을 정도로 부담없는 경사였다. 남산 인근에 거주 중인 주민 황규상(74) 씨는 "나이가 있는 사람들도 쉽게 올라갈 수 있어 좋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날 현장에서는 유모차를 끌고 산책을 즐기는 부부들의 모습도 쉽게 눈에 띄었다.
남산 하늘숲길에는 전망 명소만 8곳이 설치돼 감탄을 자아냈다. 대표적 조망 포인트인 '노을전망대'는 유리 펜스를 활용해 탁 트인 전망을 즐길 수 있는 스카이뷰 포토존이다. 확 트인 도심 경관은 물론 멀리 한강과 관악산까지 조망할 수 있다.
'바람전망다리'에서는 메타세쿼이아 숲을 배경으로 도심을 색다른 각도에서 조망할 수 있다. 맞닿아 있는 출렁다리 형태의 '모험전망다리' 역시 사진 명소로 손꼽힌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름다운 뷰 포인트를 선정하기 위해 서울총괄건축가와 정원도시국이 수차례 현장을 직접 걸으며 매력적인 공간을 발굴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업은 친환경 공법으로 산림 훼손을 최소화해 자연과 조화를 이루도록 조성됐다. 데크는 빈터 위주로 설치하고, 나무가 있는 구간은 보호하거나 노선을 우회하도록 설계했다. 인력 시공과 산책로 하부 야생동물 통로 확보로 자연 훼손을 줄였으며, 피해목을 활용한 '곤충호텔'도 설치해 생태계와 공존할 수 있게 했다. 오 시장은 "나무 한 그루도 베지 않도록 처음 설계부터 신경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시는 이번 남산 하늘숲길이 시민들에게 남산을 온전히 돌려줄 기회 기대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단순한 산책로 조성을 넘어, 남산의 자연자원을 시민에게 돌려주는 과정이었다"라며 "그동안 접근이 어려웠던 곳이지만, 시민들이 진정한 숲속 산책을 경험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오 시장은 남산 하늘숲길과 연계해 추진된 남산 곤돌라 사업이 난항을 겪는 데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남산 하늘숲길 사업은 곤돌라 사업과 연계해 진행된 사업으로, 정상에 도착하면 여러 곳으로 내려가는 길과 볼거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말에는 케이블카 앞 도로와 인도가 모두 막혀 엉망"이라며 "명동에서 남산까지 바로 연결될 수 있는데, 한 달에 수천 명이 불편을 겪는 셈"이라고 했다.
한편 시는 2023년 6월 '지속가능한 남산' 정책으로 곤돌라 사업을 추진했지만, 기존 케이블카 운영사 삭도공업의 소송으로 1년 넘게 멈췄다. 시는 12월 19일 행정소송에서 승소하면 공사를 재개해 2027년 상반기 완공을 추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