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부동산 권한 힘빼기…'오세훈 견제구' 지적도


당정, 정비사업 인허가권-그린벨트 해제 권한 조정 시사

24일 오전 서울 노원구 상계5 재정비촉진구역에서 열린 국민의힘 부동산 대책 현장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오세훈 시장./뉴시스

[더팩트ㅣ설상미 기자] 정부·여당이 정비사업 인허가권, 그린벨트 해제 권한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서울시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31일 서울시, 민주당 등에 따르면 민주당은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해 정비구역 지정 권한을 지자체장에 위임하는 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주택시장안정화 TF 단장을 맡고 있는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29일 통화에서 "경기도는 기초자치단체장이 정비사업 관련 인허가권을 가지고 있지만, 서울은 25개 구청에서 나오는 모든 정비사업 권한을 서울시가 가지고 있어 병목 현상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앙정부로 권한을 가져오는 것보다는 구청에 권한을 위임하는 방안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지난 28일 김윤덕 국토부 장관, 전현희 민주당 최고위원, 정원오 성동구청장 등 범여권 인사들도 서울 성동구 성수1구역 재건축 현장을 찾아 이같은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정 구청장은 "사업시행 인가 권한은 현재 구청장이 갖고 있지만, 이후 서울시 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해 시간이 소요된다"며 "특히 1000세대 이하 중소규모 정비사업은 구청이 직접 인허가를 내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절차에 따른 시간 단축을 위해 구청장에게 권한을 위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9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정비 사업 인·허가 규제 전면 혁신을 통한 민간 중심 정비 사업 확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신속통합기획 2.0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서울시

이에 더해 민주당은 현재 지방자치단체장이 갖고 있는 소규모 그린벨트 해제 권한을 중앙정부에 넘기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한 언론에는 한 정책위의장이 "주택 공급 등 국가적 사안의 경우 면적과 관계없이 중앙정부가 해제 권한을 갖도록 법안을 마련하자"고 쓴 문자가 포착됐다. 현행법상 수도권의 경우 30만㎡, 비수도권은 100만㎡ 미만의 그린벨트 구역에 한해 시·도지사가 해제 권한을 갖고 있다. 중앙정부가 직권으로 해제할 수도 있지만, 시·도지사가 반대할 경우 정부와 엇박자가 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통해 오세훈 서울시장의 영향력을 제한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부동산 정책 성패가 내년 선거의 최대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오 시장의 '힘 빼기'가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오 시장은 인허가 절차 개선 등을 통해 2031년까지 31만 가구 착공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이 정비·개발 권한과 그린벨트 해제 권한을 잇따라 조정하면서 주도권이 중앙정부 쪽으로 넘어가는 양상이다.

앞선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당시에도 국토부의 서울시 '패싱' 논란이 있었다. 국토부는 서울시와 사전 교감을 거쳤다고 밝혔지만, 시는 "실무 차원에서 일방 통보만 있었고, 전역 지정 시 부작용을 우려했음에도 강행 발표가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오 시장은 지난 28일 "국토부는 서울시 입장에서 갑"이라며 "공급한다고 발표한 대책이 공급의 발목을 잡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에 서울시는 답답하고, 현장에서는 걱정이 하늘을 찌른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우선 정부·여당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신중한 입장을 유지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정부·여당에서 검토 중인 지자체 주택사업 인허가권과 그린벨트 해제 권한 이양 방안과 관련해 구체적인 법안 발의가 없는 상황이라 입장을 내기 어렵다"면서도 "여당도 (법안 발의에 따른) 부작용을 모를 리 없으므로, 함부로 법안을 발의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향후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수요 억제 정책이 서울시 현실과는 맞지 않다고 보고 있다"라며 "서울시의 집값 상황과 주택 부족 문제 등을 국토부에 잘 전달하고 건의해 정책 공조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snow@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