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준영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수입 농산물 잔류농약 관리 소홀로 국민 건강이 위협받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가필수의약품 부족 문제와 인공지능(AI)으로 만든 가짜 의료전문가 허위광고 문제도 제기됐다.
2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식약처 국감에서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미국산 수입 참깨에서 글리포세이트 잔류허용 기준치(0.05mg/kg)를 19배 초과하는 결과가 나와 수입농산물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그 원인은 식약처의 행정편의주의적 잔류 농약 검사 때문"이라고 말했다.
글리포세이트는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2015년 인체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한 제초제(농약)다. 이 의원에 따르면 식약처는 글리포세이트에 대한 잔류허용 기준을 마련해 놓고도 지금까지 미국산 수입 참깨에 대한 농약잔류 정밀검사를 실시하지 않았다.
이 의원은 "미국의 참깨에 대한 글리포세이트 잔류허용기준은 국내 기준보다 무려 800배(40mg/kg)나 높아 미국산 수입 참깨의 잔류농약 기준치 초과 문제가 예견됐지만 식약처의 방관으로 국민 건강이 크게 위협받게 됐다"고 비판했다. 미국산 참깨는 올해 총 24차례(1820톤) 수입됐다.
국감에서는 국가필수의약품 부족 심화 문제도 거론됐다. 박희승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최근 6년간 국가필수의약품 147건 공급이 중단됐다. 국가필수의약품은 질병 관리 등 보건의료상 필수적이나 시장 기능만으로 안정적 공급이 어려워 정부가 지정, 관리하는 약품이다.
원료의약품 수급 문제로 공급중단이 보고된 의약품 품목수도 최근 10년 108개에 달했다. 박 의원은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인도에 대한 원료의약품 의존도가 크다"며 "2024년 중국과 인도에서 수입액 비중이 50%에 달한다. 수출국이 공급 줄이면 의약품 공급에 차질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오 처장은 "식약처의 원료의약품 지원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답했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 9월 국정과제로 필수의약품 공급안정, 국산 원료 의약품 지원 확대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인공지능으로 만든 가짜 의료 전문가를 내세운 허위 광고에 대한 대책 요구도 나왔다.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은 "유튜브, 인스타그램에서 AI로 생성된 가짜 의사, 약사 영상이 난무하고 있다"며 "국민들은 실제 전문가로 오인할 수 있다. 식약처는 이와 관련해 집계하고 확산과 구매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처장은 제도적 보완책을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비상계엄 선포일 김건희 여사가 찾은 성형외과가 의료용 마약류를 당일 1명에게 투약한 사실도 확인됐다. 국정 개입 의혹을 받는 김 여사가 투약한 약을 공개하라는 촉구가 제기됐지만 식약처는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했다. 식약처 제출 자료에 따르면 계엄 선포일인 지난해 12월 3일 김 여사가 방문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 서초구 A성형외과는 당일 의료용 마약류인 최면 진정제를 1명에게 투약했다. 처방량은 1개다.
전진숙 민주당 의원은 "불법 위헌적 계엄이 있었던 날 김건희 씨는 강남소재 모 성형외과에서 오후 6시30분부터 9시30분까지 3시간 가량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졌다"며 식약처가 구체적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 의원은 해당 성형외과 의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식에 초대받았고 대통령 자문의로 알려진 점과 김 여사의 관저 이전, 국정개입 및 인사개입,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선거 부당 개입 의혹을 거론하며 "따라서 계엄 당일 김건희 행적 확인은 중요하며 그 일환으로 성형외과에서 어떤 약을 투여받았는지 확인하는 것은 더이상 개인 정보가 아니다"고 말했다.
박주민 보건복지위원장은 "국회에서 증언 감정 등에 관한 법률(국회 증언감정법)을 보면 자료 제출 거부 사유는 매우 제한적이다. 개인정보는 엄밀히 따지면 법상 거부 사유가 안된다"고 언급했다.
이에 오유경 식약처장은 "개인환자의 주민번호 7자리나 3년간 투약 이력은 개인정보에 해당돼 제출하기 어렵다"며 "개인정보보호법과 국회 증언감정법 취지 살리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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