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채영 기자] '세기의 이혼'으로 불리는 최태원 SK그룹 회장(65)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64)의 이혼 소송이 다시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이날 오전 10시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을 일부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쟁점이던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은 재산분할에서 노 관장의 기여로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돈의 출처가 노 전 대통령이 재직하는 동안 받은 뇌물로 보이기 때문에 법의 보호영역 밖이라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노태우의 300억원 금전 지원은 재산분할에서 피고의 기여로 참작할 수 없다"며 "최태원 회장이 부부공동재산 형성·유지와 관련해 제3자에게 증여하는 등으로 처분한 재산은 분할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원심이 노태우의 금전 지원을 피고의 기여로 참작한 것은 재산분할 비율 산정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해 재산분할 청구 부분을 파기환송한다"고 했다.
또 최 회장이 혼인관계 파탄 이전에 친인척과 재단 등에 증여한 SK주식회사 주식 등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시킨 원심도 위법하다고 봤다. 사실심 변론종결일에 존재하지 않는 재산을 분할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위자료 20억원 판결은 최 회장의 상고를 기각해 확정했다.
판결 직후 최 회장 측 이재근 변호사는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며 "이번 대법 판결을 통해서 지난 항소심 판결의 여러 가지 법리 오해와 사실오인이 시정될 수 있어서 매우 다행"이라고 했다. 특히 "배경으로 작용했던던 SK그룹이 노태우 정권 비자금으로 성장했다는 부분에 대해서 대법이 명확하게 잘못이라고 선언했다고 본 게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2022년 1심은 SK 지분은 분할 대상이 아니라며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원과 재산 분할로 현금 66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지난해 2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SK그룹이 있기까지 노태우 전 대통령과 노 관장의 기여가 있었다고 봤다. 이에 양측 합계 재산 약 4조원 중 35%인 1조3808억원을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분할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노 관장이 법원에 제출한 모친 김옥숙 여사의 메모와 어음 봉투를 근거로 노 전 대통령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300억원이 최종현 선대회장 쪽으로 흘러 들어갔으며 선대회장의 기존 자산과 함께 당시 선경(현 SK) 그룹 종잣돈이 됐다고 봤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은 1988년 결혼했으나 최 회장은 2015년 혼외자의 존재를 공개하며 2017년 7월 법원에 이혼 조정을 신청했다. 그러나 조정이 결렬되면서 2018년 2월 정식 소송에 돌입했다.
당시 이혼을 거부하던 노 관장도 2020년 2월엔 최 회장을 상대로 맞소송을 제기했다. 노 관장 측은 위자료 3억 원과 최 회장이 보유한 1조 원 상당의 SK 주식 절반(649만여 주)의 재산 분할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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